
생존율이 낮은 백금저항성난소암을 치료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 국내에 상륙한다.
한국애브비는 2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백금저항성난소암 ADC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엘라히어는 엽산수용체알파(FRα) 양성 난소암 치료에 최초(first-in-class) 승인된 ADC로, 10년 만에 등장한 백금저항성난소암 신약이다.
난소암은 난소, 나팔관, 복막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나 조기 검진 방법이 없어 환자의 70% 이상이 진행성 난소암으로 진단되며, 유방암이나 자궁체부암 같은 다른 여성암보다 5년 상대 생존율이 약 30%포인트 낮다.
특히 수술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중심의 1차 치료를 받아도 환자 5명 중 1명은 6개월 이내 재발해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발전하는데, 이들은 평균 기대 여명이 1년을 넘기기 어렵다.
이재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백금저항성난소암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어 “난소암은 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발생하고, 재발 환자 대부분은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진행한다”라면서 “재발이 반복될수록 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PFS)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엘라히어는 이전에 한 가지에서 세 가지의 전신 요법을 받은 적이 있고, 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지난달 19일 국내 허가를 받았다.
FRα는 종양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정상 조직에서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난소암에서 높게 발현되는 특성을 보인다.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35~40%가 FRα 양성으로 추정된다. 로슈진단의 면역조직화학(IHC) 기반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판정할 수 있다.
이재관 교수는 “기존 표준요법은 생존 개선의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못해 임상적 이점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며 “난소암 다수에서 발현하는 FRα는 표적 바이오마커로 백금저항성난소암에서 새로운 정밀 치료 열쇠”라고 밝혔다.

엘라히어는 허가의 근거가 된 임상 3상(MIRASOL) 시험에서 암 진행을 늦추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FRα 양성이며 이전에 최대 3가지 치료를 받은 백금저항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치료 효과를 평가한 결과 질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할 위험을 35%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HR=0.65, p<0.0001).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엘라히어 치료군이 5.62개월로, 대조군의 3.98개월보다 길었다. 또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6.46개월로, 대조군의 12.75개월보다 길었으며, 사망 위험은 33% 감소했다(HR=0.67, p=0.0046).
이정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FRα 수용체에 엘라히어가 결합하면 세포 내부로 흡수되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세포독성 미세소관 억제제인 DM4가 방출돼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인접한 세포까지 사멸시키는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도 일으킨다”라고 엘라히어의 치료 기전을 설명했다.
이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허가의 의미가 매우 크다”라면서 “객관적 반응률은 42.3%로 대조군(15.9%) 대비 유의하게 높았는데, 이는 기존 치료에서 충분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도 더 나은 예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엘라히어를 FRα 양성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이자 카테고리 1(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 대한부인종양학회 역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 수준(Level I)과 권고 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를 권고 중이다.
엘라히어는 2024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 승인을 획득하고 11월 유럽에서도 허가받아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본격적인 출시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