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인사 당일 일정 변경⋯“어수선한 분위기에 혼선 더해”
여성 부행장 2명 승진⋯“영업 현장 우대·정책금융 추진 동력”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은 취임 사흘째인 27일에도 노조의 저지로 본점에 출근하지 못했다.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식 취임식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임직원 정기 인사가 단행되며 내부 혼선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을 거쳐 선임된 장 행장은 23일 첫 출근길부터 기업은행 노조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공식 취임식 일정도 무기한 연기됐다.
노조는 ‘총액인건비제’ 해결책을 가져올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1년에 사용할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인건비를 집행하는 제도다. 인건비 상한선으로 인해 기업은행은 초과 근무시간을 수당이 아닌 휴가로 지급하고 있는데, 휴가가 누적돼 사실상 임금 체불 논란으로 번졌다.
노조가 집계한 2024년 기준 1명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 전체로는 44만2965일에 달한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2024년 말 기준 미지급 시간외수당 규모는 총 78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600만 원 수준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다음 달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장 행장은 전날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와 협상 얘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기는 섣부르지만 빨리 끝날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다”며 총액인건비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은 이날 신임 부행장 2명을 포함해 총 2362명이 승진‧이동한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로 기존 2명이었던 여성 부행장 수는 총 4명으로 늘어났다. 정책금융 지원에 뛰어난 성과를 입증한 영업점장 4명, 부서장 2명 등 총 6명이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장 행장은 “금번 정기인사를 통해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영업현장 우대의 인사방향을 명확히했다”며 “젊고 유능한 본부 부서장을 전진 배치해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음으로써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금융 추진 동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매년 초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해왔는데 올해는 김성태 전 행장의 임기 만료로 직무대행 체제가 되면서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이 보류됐다. 그러다 이달 23일 임직원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장 행장이 취임하면서 발표 시점이 이날로 다시 조정됐다.
기업은행은 애초 일정대로 인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장 행장이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고됐던 인사가 당일 갑자기 취소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장 행장이 취임 직후 기존 인사안 결재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 일정까지 변경되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은 듯하다. 중점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직 정비에 나선다면 큰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은행은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통상 1월과 7월 중순 부행장 등 임직원 2500여 명의 승진·이동 인사를 한 번에 발표하는 ‘원샷 인사’를 시행해왔다. 2012년 인사청탁과 파벌 방지를 위해 도입된 기업은행 특유의 인사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