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中 밀자 ‘세계 무역’ 빗장…한국만 새우등 [보호무역 2.0 역습]

입력 2026-01-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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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이후 中 수출 물량 제3국으로 이동
EU·캐나다·인도까지 보호무역 확산일로
산업계 “환율·美 관세 넘어 구조적 리스크”

#. 당진에 있는 국내 철강업체 A사는 지난해 무관세로 수출하던 미국 시장에서 최대 50%의 관세를 적용받으며 수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내수 부진에 더해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까지 겹친 상황에 유럽연합(EU)도 초과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부담은 가중됐다. 그 여파로 지난해 58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는 캐나다와 브라질까지 규제 강화에 나서며 주요 수출 시장 대부분이 동시에 막힌 상황이다.

미국발(發) 관세 충격 이후 중국산 제품이 제3국으로 밀려들면서 전 세계가 무역장벽을 굳건하게 세우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북미, 신흥국까지 각국이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의 도미노’가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관세로 밀려난 중국산 물량과 제3국의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며, 한국의 수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강화 이후 1년 만에 중국 수출이 미국 외 지역으로 이동하는 ‘무역전환(trade diversion)’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물량이 유럽과 캐나다, 아시아·중남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각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8.9% 감소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지역으로의 수출은 9.6% 증가했다.

글로벌 국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이후 무역 빗장을 한층 더 걸어 잠갔다. 미국과 걸맞은 수준의 관세 인상이나 쿼터 제한 등을 시행하는 동시에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1~3분기 기준) 각국이 통보한 기술규제는 330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기술규제는 전년 대비 8.6% 늘었고, 유럽연합(EU)과 인도 역시 각각 10.7%, 144% 증가하며 규제 강도를 높였다.

산업별로도 수입 장벽이 강화되고 있다. EU는 철강 수입 쿼터 총량을 대폭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50%까지 인상했으며, 캐나다도 철강 수입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자동차·기계부품 등 전략 품목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했고, 브라질과 인도도 관세 인상과 수입 제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미국→중국→제3국으로 이어지는 보호무역의 연쇄 반응이 글로벌 무역 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둔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이 세워져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둔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이 세워져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무역전환의 여파는 국내 시장에서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덤핑조사 신청 접수 건수는 13건으로, 1987년 무역위 출범 이후 가장 많았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물량이 제3국을 거쳐 국내로 유입되며 수출 부진을 겪는 국내 산업이 내수 시장에서도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지속된 불황으로 인해 개별 기업이 힘을 쓰기엔 역부족”이라며 “해외 곳곳에 생산법인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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