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중심 구조…수출 경쟁력 한계
한·일 격차, 공급망 구조서 갈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활용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소재·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공급망 리스크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보틱스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제조·활용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공급망 안정화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5일 발표한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 지형 변화와 한·일 공급망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 세계 4위, 로봇 밀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로봇 활용도 면에서는 글로벌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당 운용 중인 산업용 로봇 대수를 의미한다. 한국은 1만 명당 1012대를 운용 중이다.
다만 산업 구조는 내수 중심에 머물러 있다. 한국 로봇 시장은 총 출하의 71.2%가 내수에 집중된 반면, 산업용 로봇 설치 세계 2위인 일본은 출하량의 7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하는 역량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역량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이러한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 업스트림(원자재·소재)부터 미드스트림(핵심부품·모듈), 다운스트림(완제품·SI)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의 차이를 지목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로봇 구동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8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정밀감속기와 제어기 등 핵심 부품 역시 일본과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다. 로봇의 핵심 기능을 좌우하는 소재·부품 국산화율이 40%대에 머물면서 완제품 생산 확대가 곧바로 수입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본은 자원 빈국임에도 불구하고 폐모터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자원화 기술과 특수강·정밀자석 등 고급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업스트림 단계의 충격을 완충하고 있다. 미드스트림에서는 하모닉드라이브(감속기), 야스카와(모터)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핵심 부품 시장의 60~70%를 점유하며 안정적인 수직 통합형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일본은 고정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한국 로보틱스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공급망 안정화’와 ‘신시장 주도’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핵심 소재·부품 수요·공급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 강화 △탈(脫)희토류 기술 확보 △‘로봇-SI-사후서비스’ 결합 패키지형 수출 확대 △보안·신뢰성 기반 ‘클린 로봇(Clean Robot)’ 마케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국산화 리스크 분담과 공공 수요 창출 △도시광산 기반 재자원화 체계 고도화 △‘K-로봇 패키지’ 글로벌 레퍼런스 창출 △국내 시험·인증 체계와 국제표준 간 정합성 강화를 주문했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로봇 활용 역량은 뛰어나지만 핵심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며 “그동안의 제조·활용 중심 전략을 공급망 안정화 전략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이 향후 로보틱스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