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격변기 ‘패러독스 경영’으로 돌파를

입력 2026-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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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前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과거 성공방식 안 통하는 혼돈시대
경제·사회적 가치 동시에 창출하고
다양한 이해 조율하는 혁신 필요해

2026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3주가 지났다. 올해는 신년 벽두부터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등 달라진 국제정세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들이 터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에서는 피지컬 AI(인공지능)의 진화, 휴머노이드의 대중화, 모빌리티를 넘어선 로보틱스 등 AI의 현실화가 큰 관심을 끌었다. “AI가 드디어 몸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왔고, 올해가 본격적인 AI 실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국내 경제도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고환율 문제, 수출환경의 변화와 공급망 리스크, 소상공인들의 수익성 악화 등 많은 도전 앞에 서 있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모빌리티, 조선 등 산업별로 큰 사업기회에 대한 기대도 높고, 사상 최고의 주가 상승도 연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해 국제시장에서 늘 경쟁 관계에 있었던 중국의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경각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던져진 사람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는 급속한 변화와 불확실성, 그리고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기, 과거의 지혜와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변혁기에 서 있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혁신적인 기업들의 중요한 특성으로 초점 있는 경영, 강한 조직 응집력, 정도 경영, 높은 적응력, 기업가적 기업문화, 즉각 현장대응체제 등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이 중에서 앞의 세 가지는 기업이 ‘구심력’을 가지고 기존의 장점들을 잘 살리면서 유지해야 할 것은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나머지 세 가지는 기업이 ‘원심력’을 통해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혁신적으로 해결하여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격변기의 기업들은 시장, 기술, 관계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략 수립과 실행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에는 고객의 소비시장도 양극화되어 고가격·프리미엄 하이엔드 시장과 가성비 높은 저가 시장이 공존하고 있고 오히려 평균적인 가격의 중가 시장은 쇠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전략 결정에서 양자택일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유지해온 특정 방향의 전략만을 고집하는 것은 리스크를 더 키운다. 기업의 조직 문화나 경영 방식도 사업 환경과 기회·위험에 부응하여 포트폴리오 전략, 생태계 구축 전략 등 지속가능성이 있는 전략적 시도를 해야한다. AI 기술의 발전이 과거에는 큰 비용이 들던 새로운 시스템이나 방식의 도입을 저가에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기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아울러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해야 하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창의성도 함양해야 한다. 조직의 구심력(현재의 전략·역량 강화)도 높이면서 원심력(새로운 전략·역량 구축)도 함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에서 미래를 예측(forecasting)하기도 하고, 반대로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상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무엇을 해야할지 도출(backcasting)하기도 한다.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성장도 균형있게 추구해야 한다.

변동성이 크고 미래가 모호한 경영 환경에 처한 기업들에는 서로 상충되고 양립이 어려워 보이는 여러 목표와 요소들을 동시에 추구하고 달성해가는 패러독스 경영(paradoxical management)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패러독스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위기의식과 절실함을 바탕으로 기업이 당면한 환경 변화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을 함께 볼 수 있는 ‘넓은 시야’와 모순을 더 이상 모순으로 보지 않는 ‘열린 시각’(낯설게 보기)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는 동시에 해결할 수 없었던 사안들이 이제는 AI 등 기술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해결되기도 한다.

물론 패러독스 경영에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어떤 시점에서는 구심력을 더 강조하고 다른 상황에서는 원심력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실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패러독스 경영은 과거에는 모순으로 보였던 요소들이 더 이상 모순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 가는 경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격변기의 기업들은 과거의 성공 방식과 비즈니스모델, 경험과 지혜에만 얽매이지 말고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으려면, 혁신기술의 활용, 포트폴리오 전략, 창의적인 조직 문화, 생태계 구축, 정부정책의 유연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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