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급등한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이른바 ‘빚투’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나만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9조5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지난해 12월 5일 27조 원을 넘어선 뒤 1월 들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이달 2일 27조4207억 원에서 8일 28조1903억 원으로 28조 원을 돌파한 뒤 △9일 28조3497억 원 △12일 28조5224억 원 △13일 28조6574억 원 △14일 28조5993억 원 △15일 28조7456억 원 △16일 28조9338억 원 △19일 28조995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2일 17조2354억 원에서 20일 18조5520억 원으로 급증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빚투’ 열기가 달아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21일 기준 신용잔액은 1조8669억 원, SK하이닉스는 1조2983억 원이다.
투자자예탁금 규모 역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92조6030억 원 △16일 91조2180억 원 △19일 93조8620억 원 △20일 95조5260억 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 예탁금 중 결제대금으로 쓰이고 남은 현금성 자금으로 ‘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다만 빚투 확대는 상승장에 추격 매수를 붙이는 ‘연료’가 될 수 있지만, 변동성이 커질 때는 하락을 증폭시키는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신용매수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반대매매(강제 청산)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되면 낙폭이 커지는 구조적 취약점이 있다. 특히 최근처럼 특정 업종(대형 반도체)과 주도주에 레버리지가 집중될 경우, 조정이 업종 내에서 시작돼 지수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레버리지 비용 부담도 변수다. 신용거래는 금리(이자) 부담이 뒤따르는데, 단기 급등 구간에서 기대수익이 낮아지거나 횡보장이 길어지면 ‘이자 비용 대비 수익’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이때 수익 실현 매물과 상환 수요가 겹치면 매도 압력이 커지는 경로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요 이벤트(대외 정책·금리·실적 발표 등) △장중 변동성 확대 △테마 전환 속도 등은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향후 전망은 ‘상승 지속’과 ‘과열 경계’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예탁금 증가가 보여주듯 대기자금이 풍부하고, 실적 기대가 뒷받침되는 업종 중심으로는 레버리지 수요가 추가로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반면 신용잔고가 고점권에 근접할수록 ‘추가 상승 여력’보다 ‘조정 시 충격’이 더 크게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선다는 우려도 있다. 지수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종목군은 변동성이 먼저 커질 수 있고, 단기 급등 이후에는 신용 물량이 수급의 약점으로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포지션 관리’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수 5000을 돌파한 뒤 시장은 과열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순환매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내 풍부한 유동성 여건을 감안할 경우, 시장 과열이 해소되는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종목으로의 자금 순환이 나타나며 시장 내 상승 종목 수가 확산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