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수준의 권한 이양 요구", 울산 부울경 통합에 조건을 걸다

입력 2026-01-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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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울산시장이 브리핑실에서 행정통합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김두겸 울산시장이 브리핑실에서 행정통합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그간 침묵을 지켜온 울산시가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다만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 확보'와 '시민 50% 이상 찬성'이라는 고강도 전제를 제시하며,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신중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광역 행정통합에 대한 울산시의 기본 방향을 밝혔다. 김 시장은 "자치권이 담보되지 않은 행정구역 확대는 지역 소외를 부추기는 정치 구호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성급한 통합 논의에 분명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울산시가 내건 조건은 명확하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라, 자치입법권·과세권·산업 및 지역 개발 권한이 실질적으로 이양되는 '연방제 주(州) 수준'의 자치권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검토 중인 '서울시급 위상 부여' 인센티브를 훌쩍 넘어서는 요구다.

김 시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과거 마산·창원·진해 통합 사례를 언급하며 "재정 인센티브에 기대 성급히 통합했다가 시간이 지나 지원이 끊기면 다시 낙후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치권 없는 통합은 120만 울산 인구를 부산·경남의 거대 행정권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발언에서는 ‘들러리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울산시는 통합 논의의 또 다른 전제 조건으로 시민 선택권을 내세웠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에서 시민 50% 이상이 찬성할 경우에만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의회와의 협의 역시 필수 절차로 못 박았다.

그러나 행정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절차는 사실상 '시간의 벽'을 의미한다.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숙의, 대규모 여론조사, 의회 협의와 법적 절차까지 감안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 논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울산시가 시민 참여를 명분으로 통합 압박에 방어선을 구축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시장은 "부산과 경남의 발표 내용을 지켜본 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의지를 확인하고 공론화를 검토하겠다"며 "실익 없는 통합에 매몰되기보다 울산의 자치권을 강화하는 내실 있는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결단 없이는 논의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와 경남도는 같은 날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다. 부산시는 "울산시가 부울경 통합을 공식 언급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부울경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경남도 역시 “연방제 수준의 권한 이양 요구에 공감하며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호응했다.

하지만 울산시 내부에서는 행정통합보다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판단이 여전하다. 2022년 출범했다가 좌초한 부울경 특별연합의 한계를 교훈 삼아, 초광역 교통망 확충과 산업·에너지 분야 협력 등 실질적인 연대에 무게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울산은 통합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넘기 어려운 문턱을 스스로 세웠다. 행정통합을 둘러싼 기대와 압박 속에서도 '자치권 없는 통합 불가'라는 원칙만큼은 분명히 한 울산의 선택이 부울경 논의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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