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케나프·수직농장 품종까지…농업 넘어 미래 산업으로 확장

국내 식물 신품종보호 출원이 누적 1만4000건을 넘어서며 종자산업의 외연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화훼·채소 중심이던 출원 구조는 기후변화 대응 작물과 바이오·소재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종자 기술 역시 농업 생산을 넘어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식물 신품종보호제도가 1997년 12월 도입된 이후 2025년 12월 31일까지 총 547작물, 1만4284품종이 출원됐고, 이 가운데 442작물, 1만792품종이 보호등록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80개 회원국 가운데 8위 수준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출원된 품종은 115작물 525품종, 보호등록은 93작물 436품종이다. 출원 규모는 화훼류가 245품종으로 가장 많았고, 채소류 137품종, 과수류 68품종, 식량작물 48품종 순이었다. 작물별로는 장미와 국화가 상위를 차지했고, 고추·배추·복숭아·벼 등의 출원도 꾸준히 이어졌다.
출원 품목의 성격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보스톤고사리와 대마 등 8개 작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원됐고, 반려식물과 생활원예 수요 확대에 따라 관엽식물 출원도 다양해졌다. 특히 칸나비노이드 함량이 높은 산업용 대마와 바이오 섬유 소재로 활용되는 케나프 신품종이 출원되면서 품종보호제도의 적용 범위가 농업 생산 중심에서 바이오·소재 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과수 분야에서는 외국 품종 출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블루베리와 포도를 중심으로 해외 육종가들의 국내 출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샤인머스켓 등 국내에서 재배면적이 급증한 외국 품종에 대해 권리 침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안정적인 품종 관리를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5년 블루베리 외국 품종 출원은 12건, 포도는 7건으로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기후변화와 미래 농업 환경에 대응한 품종 출원도 이어지고 있다. 가뭄과 척박한 토양에 강한 벼, 생육 기간이 짧고 왜성 형질을 지닌 수직농장용 고추 등은 이상기후와 스마트농업 확산에 대응하는 신품종 사례로 꼽힌다. 노지 재배 중심이던 종자 개발이 시설농업과 식물공장 등 새로운 재배 환경을 전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 출원된 품종들은 단순한 수량성이나 외형 개선을 넘어, 스트레스 저항성·기능성 성분·산업 활용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기후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종자 기술이 농업 생산 안정은 물론, 에너지·소재·바이오 산업과 연결되는 기반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종자산업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자가 농업 투입재를 넘어 기후 대응 기술이자 산업 소재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품종보호제도 역시 농업 보호 장치를 넘어 미래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지식재산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양주필 국립종자원장은 “출원 작물과 기술이 빠르게 다양해지는 흐름에 맞춰 스마트 재배심사 시설을 구축하고, 특수·기능성 형질에 대한 심사 기준을 체계적으로 확대해 품종보호제도의 전문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