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 사업은 정책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돼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관악구 신림7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한 발언이다.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정비 사업에 제동이 걸린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직접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정비 사업 현장에서는 10·15 대책으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고,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확대했다. 규제 지역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했다. 정부는 과열된 집값을 잡으려 내놓은 대책이었으나, 정비 사업 현장에서는 자금 조달과 조합 구성에 대한 리스크가 됐다.
현장에서는 불만이 줄줄이 나왔다. 조합 설립 동의율이 70% 안팎에서 멈춰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규제 지역에 일괄 포함되면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이 걸려 곤란해졌다”,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이사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등 목소리도 나왔다. 현금 여력이 없는 조합원은 이주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이주가 늦어지면 관리처분·착공 일정도 흔들린다. 결국 규제가 ‘공급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려는 서울시가 우려하고 있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단기간 공급 카드를 찾으면 정비사업을 꼽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울 내에서 신규 택지 개발은 사실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내 공급 물량의 상당수는 정비사업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총 3만4230가구인데, 이 중 2만9133가구가 정비사업 물량이다. 무려 전체 85.1%에 달한다.
정부도 수도권 공급 확대를 공언해 온 만큼 정비사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대한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값 과열 차단이 목적이라면 구역·사업 단계·주택 유형에 따라 규제 강도를 나누고, 정비사업에 대한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함께 현장 목소리를 듣고 고민해야 한다. 규제를 정교하게 다듬으면서도 현장에서 신뢰 가능한 지원책을 내놓기 위해 두 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