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사상 첫 5000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장이 단순한 과열을 넘어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이 근본적으로 격상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92포인트(1.32%) 오른 4904.66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부터 이어져 온 랠리는 12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하면서 4900선을 돌파, 이제는 5000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문가는 이번 랠리가 과거의 투기적 장세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수출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실적 회복세가 증시의 체질 자체를 '저평가'에서 '정상화'로 돌려놓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강력한 증시 상승 동력은 단연 '실적'에 기반한 펀더멘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해 4분기에만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하고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 비중이 큰 반도체 업황이 지수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분야의 순이익이 워낙 늘었기 때문에 이 실적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코스피 5000 달성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며 "코스피 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을 따라 지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동반 강세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지수 급등에 따른 멀티플(수익성 대비 주가 수준) 확장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6년에 예상되는 기업들의 실적들이 지금 정도의 지수 상승이나 멀티플 확장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지표로만 보면 속도가 빠른 감이 있으나, 주가의 근본 방향을 결정하는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아주 견조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전략적 순환매'와 "개인 수급의 뒷받침'이 눈에 띈다. 한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를 증시 이탈이 아닌 일종의 '순환매매' 형태로 규정했다. 많이 오른 종목은 차익 실현을 하고, 대신 오르지 못한 걸 사는 형태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기대 수익률이 2%대인 은행 예금보다 증시가 훨씬 높다 보니 시중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며 주가를 방어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소각 확대와 상법 개정 등 '정책 환경의 변화'가 이끄는 리레이팅(재평가)도 핵심 축이다. 한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3월 주총 시즌이 되면 주주환원 이슈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PBR(주가순자산비율) 관점에서의 리레이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자사주는 처음부터 유통 주식수에서 제외되어 있어 지수 자체를 직접 끌어올리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견지했다.
결국 코스피 5000은 이제 단순한 과열의 징후가 아니라 '논쟁 가능한 숫자'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연구원은 "한 두 번 정도만 더 오르면 5000에 도달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워낙 강해 이달 안이나 당장 이번 주에 5000이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 역시 "증시에 들어오는 돈들이 여전히 풍부하고 기업들 실적도 괜찮기 때문에 5000은 이제 시간 문제"라며 상승 모멘텀의 지속성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