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벽두부터 오피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여의도·강남·신도림 등 주요 권역에서 매각 주관사 선정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갔다가 가격 눈높이와 자금조달 여건에서 틀어져 무산된 거래가 적지 않았던 만큼, 매물이 많아도 실제 딜 클로징(거래 종결)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외국계 매각 주관사를 중심으로 한 서울 시내 상업용 오피스 매각 작업이 동시다발로 재가동됐다. 매도 측은 매각을 위해 주관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는 등 매물을 시장에 올리고, 원매자 반응을 보면서 가격을 조율하는 분위기다.
여의도에서는 하나증권 사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매각 절차를 본격화하며 세빌스코리아를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거래는 하나증권이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구조로 알려져, 원매자 입장에선 가격을 써도 최종 인수 주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된다.
매각 이후 하나증권 건물 주차장 부지까지 통합 개발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고층 신축 재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매각이 결렬됐던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 빌딩도 다시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자산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9호’를 통해 보유 중이다.
강남권에서도 핵심 자산이 본격 매각 테이블에 올라섰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역삼 센터필드 매각을 위해 외국계 매각 주관사인 세빌스코리아, CBRE, 쿠시먼앤웨이크필드 등에 RFP를 발송하는 등 절차에 착수했다. 센터필드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들어선 프라임 오피스 복합시설로 강남권 수요가 이어지면서 거래금액이 최소 3조 원 수준까지 알려다. 센터필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2018년 국민연금 등과 함께 개발한 자산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센터필드 매각에는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이날 센터필드 지분을 각각 50% 안팎으로 보유한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로퍼티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강남권 가치 상승 여력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센터필드 매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센터필드는 연간 약 300억 원 안팎의 배당을 제공하는 자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지스가 매각을 강행할 경우 위탁운용사 교체나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실제 매각 성사 여부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남권에서는 케펠자산운용이 신도림 디큐브시티 오피스2 매각을 재추진한다. 디큐브시티는 지난해에도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 눈높이 조율이 쉽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KB자산운용도 신도림 권역 40층 대형 복합단지인 센터포인트 웨스트 매각을 위해 주관사 모집에 돌입했다. 같은 권역에서 대형 오피스가 겹쳐 나오면서 원매자 자금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매각 측의 가격 현실화가 흥행을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초 오피스 매물이 쏟아지는 배경을 자금 만기 구조에서 찾는다. 대출 만기와 리파이낸싱 부담이 커진 자산이 늘어난 데다, 운용사 입장에선 펀드 만기 대응과 성과 실현 수요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갔다가 가격·조달 여건에서 틀어져 거래가 깨진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번 매물 중 상당수가 지난해 부족했던 조건을 재정비하고 다시 나온 성격을 띠고 있다.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출자 확대 기조도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멈춰섰던 국내 부동산 위탁운용 출자를 다시 늘리고, 실물 부동산 투자에서 활용되는 담보대출 레버리지까지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공제회 또한 구조적으로 매년 넘어야하는 기준수익을 갖고 있어,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자산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변동성을 낮추면서 기대수익을 높이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거래 성사가 곧바로 따라붙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가고도 결렬이 반복되며 시장이 얼어붙었던 만큼, 상반기에도 가격 눈높이와 자금조달 여건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매물 상당수가 작년에 한 번 멈췄던 딜의 재출발인 만큼, 상반기 시장은 딜이 실제로 종료하는지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