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벗은 세대'의 또 다른 시험대… 라식 이후 백내장 수술은?

입력 2026-01-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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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안과병원 “수술은 가능지만, 각막 곡률 변수가 관건”

▲시술 사진 (사진제공=정근안과병원 )
▲시술 사진 (사진제공=정근안과병원 )

라식·라섹으로 시력을 교정했던 세대가 본격적으로 백내장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과거 시력교정술이 향후 백내장 수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둘러싼 불안과 궁금증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5만~10만 명이 시력교정술을 받아온 데다, 2023년 한 해에만 백내장 수술이 63만8000건 이뤄진 만큼 두 수술을 모두 경험하는 환자층은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안과 전문의들은 "라식을 했다고 백내장 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라식·라섹은 각막을,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로 해부학적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 임상에서도 라식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백내장 수술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다만 문제는 '가능 여부'가 아니라 '정확도'다. 라식 이후의 눈은 일반적인 눈과 광학 구조가 달라, 인공수정체 도수 계산이 훨씬 까다롭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A씨(56)는 10여 년 전 라식으로 안경 없이 생활해 왔지만, 최근 운전 중 눈부심과 시야 흐림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초기 백내장 진단과 함께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을 권유받았지만, “과거 라식 이력이 있으면 수술 후 초점이 어긋날 수 있다”는 설명에 적잖이 불안해졌다.

문제는 라식 수술을 받았던 병원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과거 검사 기록 없이 백내장 수술을 준비해야 했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각막 전·후면 곡률과 안축장을 여러 차례 반복 측정하고, 라식 환자 전용 계산 프로그램을 적용해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큰 문제 없이 끝났지만, 초기에는 약한 원시가 남아 운전 시 얇은 안경이 필요했다. A씨는 “수술은 성공했지만, 기대했던 완전한 ‘안경 탈출’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라식 전 검사 데이터가 남아 있던 B씨(54)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과정을 거쳤다. 20여 년 전 고도근시로 라식을 받은 뒤 안경 없이 지내온 그는 최근 노안과 초기 백내장이 겹치며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을 선택했다. 의료진은 과거 각막 곡률과 굴절값을 토대로 전·후 데이터를 모두 반영하는 공식을 적용했고, 수술 후 원거리·중간·근거리 시력이 목표치에 근접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전문의들은 라식·라섹 이후 백내장 수술이 어려운 이유로 '각막 구조 변화'를 꼽는다. 라식 후에는 각막 중심부가 평평해지고, 앞·뒷면 곡률 비율이 달라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공수정체 계산 공식은 정상 각막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그대로 적용하면 굴절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각막곡률계는 중심부보다 주변부를 더 많이 반영하는데, 라식 후에는 이로 인해 실제보다 굴절력이 과대 평가돼 수술 후 원시가 남는 사례가 보고된다.

여기에 라식 이후 흔히 동반되는 안구건조증과 각막 상피 불균일성도 측정 오차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 같은 오차가 누적되면 “수술은 잘됐는데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 렌즈 교체나 추가 시술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라식 경험자의 백내장 수술에서 △과거 기록 확보 △정밀 장비 △경험 많은 전문의라는 ‘3박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근안과병원 권상민 원장은 "라식 전·후 검사 기록이 있으면 인공수정체 도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각막 전·후면을 동시에 분석하는 톰그래피와 광학 생체계측기를 통해 최대한 오차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각막이 지나치게 얇거나 부정난시가 심한 환자에게는 다초점 렌즈 대신 단초점 또는 토릭 렌즈를 선택하는 보수적 접근이 권고되기도 한다.

통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백내장 수술은 63만8000건으로 주요 수술 가운데 가장 많았다. 라식·라섹이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 이후 누적된 ‘라식 세대’가 60대에 접어드는 시기를 감안하면, 향후 라식 이력이 있는 백내장 환자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근안과병원 정민수 원장은 "라식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은 이미 좋은 시력을 경험한 만큼 기대치가 높다"며 "최근 전용 공식과 장비가 크게 발전한 만큼, 충분한 검사와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이뤄진다면 일반 환자 못지않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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