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전쟁터가 된 출퇴근길

입력 2026-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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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출퇴근길은 언제나 전쟁터 같다. 여기에 시내버스 파업이 겹치면서 아수라장이 된 느낌이다.

버스 파업 첫날 평소처럼 지하철역에 들어섰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출근길 지하철 안은 항상 콩나물시루인데 버스를 이용하던 승객들이 죄다 지하철로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객차에 겨우 몸을 우겨 넣어 출근하고 나니 하루에 쓸 기운을 전부 소진한 듯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할 땐 아침에 놀랐던 마음을 다잡으며 비장한 각오마저 새기게 됐다.

버스 파업 둘째 날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택시를 탈까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좋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다시 지하철로 향했다. 역시 전쟁터가 따로 없다.

시내버스 파업이 예고됐을 때만 해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하철 파업 사례를 떠올렸던 탓이다. 배차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버스는 지연 운행하면서 다닐 줄 알았다. 이렇게 한 대도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도로에 수많았던 버스가 사라지니 무슨 재난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하다. 당연히 여기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요즘이다. 공기가 사라지니 숨쉬기 힘들어져 절박해졌다고나 할까.

자치구마다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했다고 한다. 시내버스 전면 파업에 대한 서울시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2022년 전국 버스 총파업 때와 비교가 많이 되고 있는데 당시엔 임금 인상안을 두고 노사 협상 타결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당일 이뤄져 시민 불편이 크지 않았다.

이번 버스 파업에 대비해 서울시는 비상 수송책으로 셔틀버스, 집중배차, 다람쥐·동행버스 연장 운행 등 다양한 대중교통 지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하철·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으로 시민들 발걸음이 옮겨가는 현상 외에 별다른 묘수는 없어 보였다.

지하철을 늘렸다고 하나 역마다 몰려든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서로 타려는 사람들로 인해 정차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에 1시간 정도 잡고 나오는 거리라면 체감상 15분가량 더 걸렸다. 한 사람의 시민 입장에서는 1시간 30분 일찍 나와 인파를 뚫고 이동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버스·지하철 종사자 임금을 올려주면 공공요금에 반영돼 결국 시민들에겐 교통비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임금을 동결하자니 특정 직역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라 좋은 생각은 아니다. 둘 사이에 접점을 찾기란 말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새해부터 버스 파업은 시작일 뿐 다른 직군으로 파업이 확산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물가는 지나치게 오르고 있고 기름 값이 언제부터 고공행진을 해왔는지 기억이 없다. 리터당 1700원을 넘나드는 휘발유 가격은 ‘뉴 노멀’이 됐다.

환율이 급등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한데다 미국 관세 압박에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누구나 다 아는 이유 말고 우리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해결 방법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평범한 서민들은 오늘도 숨 막히는 지하철을 살아서 내리는 데 감사해야 하는가.

정파적 이념에 몰두해 각자가 보수냐 진보냐 자기 정체성만 내세워서는 국론 분열이 심화할 뿐 해법이 나오지는 않는다. 먹고 사는 문제에 모두가 화합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기대하는 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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