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후발주자 아이폰, 삼성 AI에 도전장

애플이 구글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음성 비서 시리에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연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뒤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AI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해 온 삼성전자의 ‘AI 초격차’가 흔들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과 협력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애플의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와 개인 비서 시리를 결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그동안 폐쇄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외부 기술 도입에 극도로 신중했던 애플이 구글의 AI를 전면에 들여온 것은 자체 AI 완성도만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AI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위해 문호 개방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를 통해 온디바이스 AI와 AI 스마트폰 개념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실시간 통번역, 사진·영상 생성형 편집, ‘서클 투 서치’ 등 사용자 체감도가 높은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AI를 하드웨어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렸다.
애플의 아이폰은 여전히 하드웨어 완성도에서는 강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AI 영역에서는 갤럭시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특히 시리는 기능 고도화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애플은 매년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전략을 공개해 왔지만, AI에 대해서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두 회사의 경쟁은 시장 점유율에서도 팽팽하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선두에 올랐고,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 늘어나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9%로 바짝 뒤를 쫓았으며, 출하량 역시 5% 증가했다. 글로벌 1위 자리를 두고 두 회사가 사실상 ‘한 끗 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6월 10일 WWDC에서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리를 통해 챗GPT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과의 협력이 기존 오픈AI 연동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제미나이를 도입하더라도 삼성전자의 AI 기술 수준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미나이는 시리를 통해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의 응답을 제공하는 역할에 가깝지만, 스마트폰 내부에서 직접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갤럭시는 서클 투 서치, 실시간 통번역 등 기초적이면서도 일상 사용 빈도가 높은 AI 기능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와 생태계 통제에 강한 기준을 유지해 온 만큼, 제미나이의 활용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중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디바이스 AI의 축적된 경험과 응용 범위를 고려하면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