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지능을 넘어 ‘실행력’을 갖춘 AI의 시대가 열렸다. CES 2026은 생성형 AI가 화면 속 알고리즘을 넘어 물리적 실체를 갖춘 ‘피지컬 AI’로 진화했음을 알린 거대한 분기점이었다. 로봇과 자율주행, 웨어러블을 아우르는 이 물리적 지능은 이제 단순한 기술 키워드를 넘어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생존 경쟁 영역으로 진입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ES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통신·AI·로봇을 축으로 한 핵심 글로벌 행사들이 피지컬 AI의 스토리를 이어받는다. 무대는 명확하다. 연결 인프라를 다루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발자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엔비디아 GTC, 그리고 로봇의 실제 적용을 검증하는 학회·산업 전시 현장이다.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는 ‘피지컬 AI: 가상에서 현실로’ 세션이 편성됐다. 로봇과 공간컴퓨팅, 자율 인프라를 5G·엣지 컴퓨팅과 결합해 다루는 이 세션은 ‘연결된 피지컬 AI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운다. AI가 개별 기기 차원의 반응을 넘어 네트워크로 결합된 물리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산업 전략 차원에서 논의하는 첫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어지는 무대는 3월 미국 산호세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GTC다. GTC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AI 모델, 엣지 컴퓨팅, 디지털 트윈 등 소프트웨어·플랫폼 레이어 논의를 주도할 행사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CES에서 로보틱스용 풀스택 로드맵과 에지 AI 하드웨어를 공개하며 로봇의 인지·행동 제어 AI를 실제 환경에서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피지컬 AI 경쟁이 하드웨어를 넘어 개발자 생태계와 운영 플랫폼 주도권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념과 플랫폼 논의가 끝나면 검증의 무대가 남는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로봇 및 자동화 국제콘퍼런(ICRA)와 미국 보스턴에서 예정된 로보틱스 서밋 등 로봇 학회·산업 전시회는 휴머노이드와 산업용·서비스 로봇의 설계, 제조, 상용화를 다루는 실증 무대다. CES가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시 중심 행사였다면 이들 무대에서는 실제 현장 적용 사례와 함께 표준, 안전성, 비용 구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이 흐름의 종착지는 산업 현장이다. CES에서 피지컬 AI 기술을 선보인 기업들은 제조·물류를 첫 번째 현실 목표로 설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고도화하고 있다. 테슬라도 옵티머스를 공장 내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하기 위한 실증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로봇이 생산성 개선과 인력 보완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놓고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 셈이다.
2023~2025년이 생성형 AI와 에이전트의 ‘화면 속 무대’였다면 2026년은 피지컬 AI가 연결 인프라(MWC)와 개발자 플랫폼(GTC), 로봇·제조 실증 현장을 거치며 산업 서사를 완성해 가는 해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CES에서 키운 키워드는 이제 전시장을 떠나 실제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