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1월 초부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자 개인 투자자의 ‘빚투’도 정점을 찍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로 신용 거래가 집중되며 개인 자금이 상승장에 베팅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8조3497억 원(9일 기준)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초 23조 원대였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연말을 거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새해 들어 코스피 강세가 이어지면서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지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자 현금 매수에 그치지 않고 레버리지까지 동원하는 자금이 늘어난 것이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오를 때 수익률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조정 국면에서는 손실이 레버리지 배율만큼 확대될 수 있다. 그런데도 개인이 신용을 동원해 매수에 나서는 배경에는 지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자리한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올해 개장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거나 주변에서 수익 사례가 확산할수록 압박이 커지면서 추세에 올라타는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선 날에도 기관과 함께 개인이 매수로 받아내며 지수 상방을 지지했다.
‘빚투’는 대형주, 특히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6일 1조7916억 원에서 7일 1조8014억 원, 8일 1조9770억 원, 9일 1조9950억 원으로 빠르게 늘며 2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SK하이닉스도 신용 잔액 규모가 1조 원대를 지속하며 반도체 대장주 쏠림 흐름이 이어졌다.
개인 매수세도 삼성전자에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9일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종목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는 2조7236억 원으로 2위인 고려아연(1648억 원)과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졌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AI 투자 확산에 대한 서사가 대장주 매수세를 자극한 데다 상승장에서 ‘안전한 대형주’로 자금이 몰리는 전형적 패턴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성 대기자금도 다시 불어나는 흐름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2일 89조5211억 원 △5일 89조1304억 원 △6일 88조6339억 원 △7일 89조7650억 원 △8일 92조8537억 원으로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9일 88조8720억 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신용을 활용한 레버리지 거래까지 확대되면서 개인의 ‘위험 감내’가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탁금이 늘어나는 구간은 보통 대기자금이 유입되거나 매매 회전이 빨라지는 시기와 겹친다. 동시에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9859만9009개로 1억 개에 근접했다. 활동계좌는 예탁자산 10만 원 이상이면서 6개월 내 1회 이상 거래가 발생한 계좌로,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투자 기반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관점에서 다소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용 잔액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간에서는 작은 조정에도 반대매매 부담이 커질 수 있고, 특정 종목에 신용이 몰릴수록 수급 충격이 국지적으로 증폭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용잔액 증가 속도 △대형주 쏠림 정도 △예탁금 증가가 신규 유입인지 단기 회전인지 △외국인·기관 수급의 방향성이 유지되는지를 단기 변동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는다.
다만 레버리지 확대가 곧바로 시장 과열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절대 금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지만,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9일 종가, 코스피 3790조 원ㆍ코스닥 517조 원) 대비 비중으로 환산하면 2024~2025년 2년 평균 0.71%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올라가면 공매도, 신용잔액과 예탁금은 같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라며 “최근 몇 년 추세를 보면 지금 신용 잔액이 높은 수준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