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또다시 언어 공부를 결심한 당신에게 [읽다 보니, 경제]

입력 2026-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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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교보문고)
(사진제공=교보문고)

새해가 되면 서점가의 풍경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다이어리와 플래너 옆,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는 곳은 외국어 코너다. "올해는 정말 끝까지 해보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두꺼운 교재를 결제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다. 매년 같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우리는 왜 외국어 앞에서 다시 설렘을 느끼는 걸까. 조지영 작가의 에세이 '아무튼, 외국어'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외국어를 정복하려는 의지보다, 정복하지 못하고 계속 기웃거리는 '방랑자의 마음'을 기록한다.

모르는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지만 졸업 이후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다른 언어에 끌린다. 프랑스어에서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까지. 시험을 보기 위해서도, 진급을 위해서도 아니다. 출퇴근길에 앱을 켜서 잠깐 듣고, 단어를 외우다 말고, 흥미가 식으면 책을 덮는다. 프랑스어의 끝없는 과거시제에 좌절하고, 독일어 관사 변화에 진땀을 흘리지만, 스페인어의 밝은 리듬과 일본 드라마 속 대사 한 줄에 다시 설레기도 한다. 저자는 이번 생에 외국어를 유창하게 잘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외국어에 대한 이 '쓸데없는 동경'이 한국어로 가득 찬 지루한 일상을 버티게 해준다고 말한다.

'AI 시대'에도 외국어 열풍

외국어 열풍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1위 언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의 한국 이용자는 최근 5년 사이 약 15배 급증했다. 한국에 공식 진출한 지 1년 만에 이용자가 2.5배 늘었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수백만 명대로 커졌다. 게임하듯 배우는 구조가 핵심이다. 학습을 완료할 때마다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오르며, 주간 리그에서 다른 이용자와 경쟁한다. 접속이 뜸해지면 마스코트가 "공부할 시간입니다"라고 알림을 보낸다. 여기에 대학 입학과 취업에 활용할 수 있는 영어 시험(DET), 링크드인(LinkedIn)과의 연동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학습은 '취미'와 '스펙'의 경계를 오간다. AI를 앞세운 서비스 확장도 빠르다. GPT-4 기반 '듀오링고 맥스'를 도입해 대화형 학습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작 속도도 높였다. 인공지능이 번역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앱을 켜고 단어를 외운다. 외국어를 '쓸모'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작심삼일이어도 괜찮아!

원어민처럼 말해야만 배움의 의미가 있을까. 낯선 문법과 표현을 만나는 일은, 우리에게 없던 감각을 하나 더 갖게 하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새해에 세운 외국어 공부 계획이 벌써 흐지부지되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다. 책을 펴고 몇 줄 읽다 덮었더라도, 안내문 속 단어 하나가 유난히 반가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해도, 느슨하게 방랑하는 마음만으로도 일상은 조금 달라진다. 올해만큼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기웃거려보는 건 어떨까. 외국어를 향한 방랑이 지루한 하루에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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