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유동성이 끌어올린 은값, 구조적 수요 확대
“2021년과 다르다”…펀더멘털 기반 랠리 평가

은(銀)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산업용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올해도 은을 포함한 원자재 시장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은 관련 ETF인 ‘KODEX 은선물(H)’은 2일 종가 1만2515원으로, 지난해 1월 3일 대비 130% 넘게 올랐다. 단순 계산으로 1년 새 가격이 2.3배 가까이 뛴 셈이다.
최근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달 한 달간 수익률만 27.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주요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금 가격과 함께 은 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귀금속 전반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빠르게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은 현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29일 장중 한때 트로이온스당 사상 처음으로 80달러(약 11만6000원)를 넘어섰다. 금과 엔비디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치가 높은 자산에 이름을 올렸다.
은 랠리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가 꼽힌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서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고,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실물자산 선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은 가격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은 산업 수요다. 은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사용되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대체가 어려운 핵심 소재로 쓰인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태양광만 해도 은 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구조적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금 가격 급등 이후 귀금속 수요가 은으로 이동한 데다, 실물 재고 부족 현상까지 겹치며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미국이 은을 중요 광물 목록에 추가하고, 중국이 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제도를 폐지하면서 은 수요가 추가로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은 상승장이 2021년 급등 국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옥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은 가격 급등은 월스트리트 헤지펀드가 가격을 억제하고 있다는 인식 속에 개인투자자들이 매집에 나선 바이럴 성격이 강했다”며 “이번 상승은 은 시장이 5년째 공급 부족 상태인 데다, 미국의 선수요로 비(非)미국 지역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만큼 펀더멘털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되는 한 귀금속을 포함한 원자재 강세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은은 산업용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는 자산인 만큼 변동성은 크지만,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다.
원자재 시장 전반에 대한 낙관론도 이어진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과 물가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으로 전환하기는 시기상조”라며 “보험성 금리 인하는 통화 유동성을 확대하고 달러지수 약세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매크로 환경과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금과 은, 동(구리)을 중심으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구분 없는 ‘에브리띵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은 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옥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금이 오르는 국면에서 은이 뒤따르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글로벌 은 공급은 연간 3만 톤 수준으로 제한된 반면, 투자 수요와 함께 태양광 등 산업용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금과 달리 은은 중앙은행 수요가 미미해 가격 하방 경직성이 낮은 만큼, 조정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