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K배터리의 다음 성장공식

입력 2026-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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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를 출입한 지도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2023년 하반기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잔고가 1000조 원을 돌파했고, 배터리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로 불렸다.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심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 건 전기차 수요가 주춤해지면서다. 높은 차량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는 소비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일시적 수요 둔화’를 의미하는 ‘캐즘(Chasm)’이란 표현도 시간이 흐르며 설득력을 잃었다. 2024년 연달아 발생한 배터리 대형 화재사고는 배터리 산업에 공포(포비아)를 덧씌웠다.

새해를 앞두고 시장에선 새로운 공포가 피어올랐다.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되거나 공급 물량이 대폭 축소된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에만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체결한 3조9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과 포드와 맺은 9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취소했다.

엘앤에프는 2023년 테슬라와 맺었던 3조8000억 원 규모의 양급재 공급 계약 규모가 973만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사실상 물량을 거의 납품하지 못한 셈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에 2년간 공급한 양극재 공급액이 당초 계약했던 13조9697억 원에서 2조9100억 원으로 줄었다.

과거 배터리 업계의 전체 수주잔고가 1000조 원을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선 이번에 계약이 해지되거나 물량이 축소된 규모가 산업 전체를 흔들 만큼 치명적이진 않다고 본다.

그러나 시장이 체감하는 불안은 숫자보다 훨씬 크다. 전기차 중심으로 쌓아 올린 성장 서사가 다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 공백을 메울 근본적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다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배터리 산업이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한 탓인지 정책 논의는 산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한목소리로 요구해온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글로벌 곳곳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기업들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지원책 마련이 더뎌진 사이 글로벌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는 지금, 업계가 말하는 ‘골든타임’은 과장이 아니다. 배터리 산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한 결단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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