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 2번 출구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5분가량 걷자 막 준공을 마친 새 아파트가 시야를 채웠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역 동문디이스트’다.
1981년 준공된 빨간 벽돌 3층짜리 연립이 길게 누워 있던 자리에는 지하 3층~지상 18층, 2개 동, 총 66가구 단지가 들어섰다. 주변이 15층 안팎 중층 위주라는 점을 감안해도 단지는 한눈에 ‘새로 생긴 동네의 중심’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단지 내부에는 ‘홍보 쇼룸’이 열려 있었다. 단지 내 전용면적 59㎡ 타입 한 가구를 그대로 전시 공간으로 꾸민 형태다. 거실에는 소파와 테이블, 수납장 등이 놓여 실제 거주 이미지를 연출했고 방 한쪽에는 트리와 조명, 인형 장식을 더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특히 벽지와 조명, 주방 상판 등 주요 마감재는 조합원·일반분양 물량과 공공임대 물량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사양을 적용했다. 이날 둘러본 쇼룸 역시 내년 LH가 공공임대로 공급할 14가구 중 일부다. 임 조합장은 “임대라고 해서 차별을 두지 않고 소셜 믹스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단지 내 상가도 이미 분양이 진행 중이다. 조합 측은 역세권 입지와 1인 가구 수요가 풍부한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상가 분양이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쇼룸 한쪽 벽면에는 조합 설립부터 공동시행약정, 이주·착공·분양을 거쳐 준공·입주까지의 과정이 연표로 정리돼 5년의 세월을 압축해 보여줬다. 공공 정비사업도 ‘살아보고 싶은 집’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간으로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 대목이다.
LH 관계자는 “LH가 참여한 정비사업 주택의 우수한 품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쇼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덕수연립은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서울 첫 준공 사례로 꼽힌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로 둘러싸인 소규모 노후 주택지에서 기존 가로(도로 체계)를 유지한 채 블록 단위로 정비하는 방식이다.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같은 절차를 거치는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비교하면 절차를 덜어낸 만큼 속도를 내기 쉬운 구조라는 게 LH 설명이다.
이 사업에서 LH의 역할은 공동시행이다. LH는 조합과 함께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며 사업비 조달, 감정평가, 건설관리(CM) 등에서 지원을 제공해 사업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구조다. 실제 덕수연립의 경우 과거 2009년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도 장기간 표류하다가 2022년 LH와 손을 잡고 소규모 정비로 방향을 전환한 뒤 추진 동력을 얻었다.
공공이 참여할 때의 대표적인 유인으로는 금융 지원이 꼽힌다. 주택도시기금의 도시재생(소규모주택정비) 융자 체계는 총사업비의 일정 비율(최대 70% 등) 범위 내에서 자금 지원을 두고 공공 참여 시 금리 우대가 가능하다.
규제 측면에서도 공공 참여는 사업성을 끌어올리는 레버로 활용돼 왔다. 국토부는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소규모 정비 모델에서 공공임대 기부채납 등을 전제로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덕수연립 역시 조합 측 설명에 따르면 용적률 396%를 적용받았고 공공임대 14가구를 포함해 사업 구조를 짰다.
박성수 LH 도시정비사업처 소규모정비사업 팀장은 “가로주택정비는 절차가 간소화돼 빠르게 갈 수 있는 사업인데 여기에 공공이 공동시행자로 들어오면 사업관리와 금융 조달까지 뒷받침할 수 있어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LH는 현재 서울 41곳(6451가구), 경기 남부 11곳(4963가구) 등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덕수연립에 이어 송파구 석촌동(55가구)과 마포구 연남동(82가구) 사업지는 철거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양천구 목동(159가구), 광진구 자양동(129가구), 서초구 양재동(45가구)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