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에 막혀있던 농어촌 지역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 난관이 ‘소형 셀프 충전기’ 도입으로 해소되고, 동네 주유소는 태양광 전기를 직접 생산해 전기차에 충전하는 ‘도심형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으로 탈바꿈한다.
산업통상부는 29일 ‘2025년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32건의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하에서 시험‧검증하거나 시장에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하는 제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에너지 인프라의 소외 지역 해소와 효율화다.
그동안 농어촌이나 도서·산간 지역은 인구와 수요가 적어 현행법상 요구되는 '15톤 이상 대형 저장탱크’를 갖춘 LPG 충전소를 짓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먼 곳까지 이동해 가스를 충전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위원회는 대한엘피지협회가 신청한 ‘LPG 소형 셀프충전소 실증’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3톤 미만의 소형 저장탱크와 셀프 디스펜서가 결합된 일체형 설비 설치가 가능해져 농어촌 지역의 에너지 복지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도심 내 주유소의 풍경도 바뀐다. 기존에는 화재 위험 등을 이유로 주유소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가 금지됐다. 위원회는 물을 전해액으로 사용해 화재 위험을 낮춘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반의 ESS 실증을 허용했다.
이로써 주유소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밤이나 흐린 날에도 전기차에 충전해주는 ‘도심형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으로 진화하게 된다.
미래 먹거리인 수소 산업의 저변도 국방과 대중교통으로 확대된다.
우선 고정식 충전소가 없는 야전에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이동형 수소 충전 전술차량’이 실증에 들어간다. 이는 국방 분야 수소 모빌리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충전소와 철도 간 30m 거리 유지 의무로 인해 충전이 불가능했던 수소 트램을 위해 울산과 대전에서 예외적으로 충전소를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특례가 부여됐다.
영하 253℃의 극저온을 견디는 액화수소 밸브의 성능 검증 실증도 승인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의 국산화 길이 열리게 됐다.
국민 일상에 스며드는 생활 밀착형 규제 개선도 대거 포함됐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일반 음식점에서도 반려동물과 동반 출입해 식사를 할 수 있는 실증 사업이 진행된다.
또한, 식당 내 분리된 공간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반려동물용 음식을 즉석 조리해 판매하는 서비스도 허용됐다.
이 밖에도 합성세제나 드라이클리닝용 기름 대신 재활용한 이산화탄소(CO2)를 세탁 용제로 사용해 폐수와 배출가스 없이 세탁이 가능한 친환경 상업용 CO2 세탁기(LG전자)가 정식으로 시장에 선보인다. 그간 실증특례를 진행한 결과 안전성이 입증되고 규제법령 정비 필요성이 인정돼 임시허가로 전환된 사례다.
최연우 산업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이번 심의를 통해 국민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신기술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앞으로도 규제 법령 정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하는 규제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