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계란을 매개로 농업·식품·바이오·웰니스 산업이 어떻게 융합되고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플랫폼이었다.
계란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일상의 반찬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 행사를 통해 분명해진 사실은 계란이 더 이상 단순한 식품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란 한 알에는 스마트 축사와 인공지능(AI) 기반 사양관리, 질병 예측, 저탄소·동물복지 시스템, 그리고 정밀한 이력관리 기술이 응축돼 있다. 즉, 계란 산업은 현대 농업기술의 집약체이자 미래 농업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계란의 역할이 이제 ‘푸드 백신(food vaccine)’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란은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과 미량 영양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천연 영양 저장고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이 일상이 된 시대에 계란은 치료 이전 단계에서 건강을 지키는 예방적 식품, 즉 ‘생활 속 백신’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병을 고치는 약 이전에, 병에 걸리지 않는 몸을 만드는 음식으로서 계란의 가치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계란은 단순히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몸과 삶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치유 식품(healing food)’의 성격을 갖는다. 소화·흡수율이 높고 조리 활용도가 뛰어나 환자식과 고령자 식단의 핵심 식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스트레스와 불균형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계란은 웰니스와 자기 돌봄(Self-care)을 실천하는 가장 쉽고 일상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동시에 계란은 산업적 측면에서 ‘갈색 반도체’에 비유될 수 있다. 반도체가 산업 전반의 기반 기술이듯, 계란은 식품·바이오·뷰티·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되는 플랫폼 자원이다. 계란 단백질은 기능성 식품과 프로틴 가공품으로, 난황(노른자)과 난각(껍데기) 성분은 바이오·화장품 소재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계란 산업은 이제 단순 소비재를 넘어 고부가가치 융합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에그테크 코리아 2025’는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자리였다. 55개 기업, 96개 부스의 전시와 함께 학술 심포지엄, 건강·식품안전 토크콘서트,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산업과 일상, 기술과 치유가 한 공간에서 만났다는 점이 이 행사의 가장 큰 성과였다. 이는 계란 산업이 B2B(기업 간 거래) 중심 구조를 넘어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방향과 정책이다. 계란 산업의 미래는 생산량 확대에 있지 않다. 지속가능성, 신뢰, 기술, 그리고 소비자 가치에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정책 프레임의 대전환이다. 계란을 단순 축산물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웰니스를 위한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고령자·취약계층 식단에서 계란의 예방적·치유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융합 산업 전략으로서의 육성이다. 에그테크를 스마트농업, 푸드테크, 바이오 정책과 연계해 추진해야 힌디. 단순한 생산 기술 지원을 넘어, 가공·바이오 소재 추출·헬스케어 연계 모델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신뢰 기반의 보상 쳬계 구축이다. 동물복지, 저탄소 생산, 철저한 이력관리를 실천하는 농가와 기업이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인센티브를 정비해야 한다.
‘에그테크 코리아 2025’는 한국 계란 산업의 향후 10년을 여는 신호탄이다. 계란을 푸드 백신이자 치유식품, 그리고 갈색반도체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 계란 산업은 전통 축산을 넘어 미래 전략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인식을 넘어 실행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