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육아기 10시 출근제’를 도입해 동료들이 자녀와 조금 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 지원제도를 치밀하게 파고드는 그의 모습에서, 숫자로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묵묵히 조직의 기둥을 세우는 ‘진짜 인사쟁이’의 면모를 보았다.
올 한 해도 인사노무 현장은 쉽지 않았다. 수시로 변하는 채용 환경,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평가와 보상,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구성원들의 고충과 갈등 속에서 인사담당자들은 상담자이자 조정자, 때로는 경영진의 메신저로서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견뎌왔을 것이다.
다가온 2026년 역시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생성형 AI가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고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이 되었으며, 세대와 직무 간 가치관의 격차는 더욱 가파르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인사담당자는 단순한 관리 부서를 넘어, 사람과 조직을 잇는 ‘번역자(translator)’이자 변화를 이끄는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경영의 언어로 직원의 목소리를 해석하고, 구성원의 개별적 니즈를 기업의 전략과 정교하게 연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사가 직면한 시대적 사명이다.
인사의 성과는 단기적인 숫자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한 명의 직원이 조직 내에서 온전히 존중받고 자신의 가능성을 신뢰하게 되는 순간, 비로소 인사담당자가 설계한 진짜 변화는 시작된다. 조직은 결국 사람을 통해 움직이며, 건강한 기업 문화는 결코 단기간에 구축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사담당자의 일은 느리지만 단단하다. 오늘의 결정이 내일의 조직 문화를 결정한다는 책임감으로,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직의 심장박동을 세밀하게 조율한다.
새해를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만약 그 답이 ‘사람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면, 당신은 이미 인사담당자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에도 당신이 현장에서 실천하는 작은 변화들이 누군가의 일터를 더욱 따뜻하고 가치 있게 바꿔놓을 것이라 확신한다.
드러나지 않아도 그 영향력은 실재하며, 묵묵히 조직을 지탱하는 힘은 위대하다.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인사쟁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이소라 노무법인 정상 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