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로봇 54% 설치, 자동화 요새 구축
세계의 공장 넘어 제조업 혁신 새 동력
180만대 로봇 현장 누벼⋯美기업 제쳐

2026년, 미·중 기술 패권의 전장(戰場)이 ‘클라우드’를 넘어 ‘실제 현장’으로 이동한다. 화면 속 데이터에 머물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시대가 저물고, 물리적 실체를 갖춘 ‘엠바디드 AI(Embodied AI)’가 현실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혈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능이 육체를 입는 이 순간이 글로벌 기술 지형의 거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을 통해 로봇 산업 경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표면적으로는 과학 발전을 위한 AI 활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로봇 산업을 위한 거대한 인프라에 대한 제도다. 이러한 전례 없는 개입에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절박한 위기감과 중국을 향한 견제가 존재한다.

숫자로 증명된 중국의 로봇 패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조류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공장에는 약 180만 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이 가동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로봇 가동 대수는 4분의 1 수준인 약 45만 대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2023년 한 해에만 전 세계 로봇 설치량의 54%를 차지하며 세계의 공장을 넘어 자동화의 요새를 구축한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그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미국은 노동 인구 감소와 제조 기반 약화로 인해 공급망의 취약성이 극대화됐다. 이러한 기계 격차를 방치할 경우 미국이 로봇 대전을 넘어 향후 미중 전쟁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조성된다. 미국 제조업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내에서만 약 21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채워지지 못한 채 공석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 정책의 강화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가속화가 인건비 상승을 넘어 사람을 구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초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이 경제 정책인 동시에 국방 정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미국이 ‘러트닉 독트린’을 통해 중국산 로봇 및 부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 로봇 산업 발전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인위적으로 조정한 가격 경쟁력이 미국 기업들에게는 강력한 진입 장벽을 만들어주고 중국산 로봇 제품을 이용하는 기업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의 중국 AI 칩 수출 제한이 오히려 중국의 자체 기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장치로 작용했던 만큼 이번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이미 앞서간 로봇 기술을 더욱 획기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