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의 키워드를 ‘BACKFILLED(보완)’으로 정하고, 올 한 해 우리나라 패션 산업의 10대 이슈를 18일 공개했다.
패션 산업 전문 리서치 조직인 삼성패션연구소는 국내·외 패션 시장 환경과 동향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며 매년 연말 우리나라 패션 산업의 주요 이슈와 내년 전망 분석을 공개한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키워드 BACKFILLED(보완)에 대해 “올해 우리나라 패션업계는 과도한 확장보다 효율화, 안정적인 운영에 주목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과 부진한 내수 환경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따라 발생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BACKFILLED(보완)를 구성하는 10대 이슈는 △B(Bearing Tough Seasons‧버티며 나아가는 패션 마켓) △A(Abroad Brand Wave‧해외 브랜드 국내 진입 러시) △C(Category-Driven Growth‧다각도 확장으로 성장 시도) △K(K-Fashion’s Global Momentum K-패션, 글로벌 성장 동력 강화) △F(Frugal Chic Mindset‧검소하지만 세련된 요즘 소비자) △I(IP Synergies Everywhere‧IP, 산업 전반으로 영향력 확장) △L(Locality Boost‧상권별 특색 강화) △L(Limitless Running Fever‧천만 러너 시대, 러닝 플레저에 빠진 소비자) △E(Enhanced Climate-Readiness‧기후 대응력 강화) △D(Demand for Multi-Styling‧멀티 스타일링이 중요한 시대)다.
올 한 해 패션업계는 녹록치 않은 시기를 보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하반기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패션’ 분야는 관심도가 답보 상태를 보이며 ‘취미/여가’, ‘여행’보다 후순위를 기록했다. 이에 패션 업계는 선택과 집중을 기조로 핵심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비효율 브랜드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와 내년 패션 시장 규모를 각각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과거 해외 본사의 전략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지역 시장’ 중 하나에서 아시아 전역의 트렌드를 시험하고 선도하는 ‘테스트 베드’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특히 올해는 국내로 진출한 일본 브랜드들의 인기가 눈에 띄었다.
국내 브랜드도 다각적 카테고리 확장을 통한 성장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전개한 한 해였다고 삼성패션연구소는 분석했다. 단기 매출 확대를 넘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는 등 장기적 성장을 모색 중이다. 특히 의류 중심에서 가방, 신발, 볼캡, 아이웨어 등 잡화 품목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고유의 무드를 살린 뷰티 라인 론칭도 많아졌다. 동시에 K패션 수요 확대의 흐름을 타고 국내 패션업계의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한 층 더 정교해졌다는 분석이다. 고물가 시대에 절제된 소비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련된 취향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들 소비자는 실용성과 미감을 겸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아이템 하나를 구입할 때에도 꼼꼼하게 비교하고, 신중하게 고르며, 저마다의 구입 이유를 찾는다. ‘다이소’의 초저가 의류가 날개 돋친 듯 팔리거나 빈티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올해도 캐릭터 IP가 시장을 강타했다. 특히 대형 IP가 글로벌 인기를 업고 더욱 강력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성수, 홍대, 한남 등 주요 가두 상권은 지역별 고유한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상권마다 기대하는 경험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러닝 열풍에 따라 러닝 패션이 패션업계의 동력이 됐고, 소재와 실용성을 추구하는 기후 대응력 강화, 멀티 스타일링이 가능한 미니멀 트렌드 역시 올해를 휩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