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같은 구름대가 지나갔지만 과천에는 눈이, 서울에는 비가 내렸다. 이 같은 강수 형태의 차이를 만든 요인으로 '도시열섬'이 꼽힌다.
1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13일 오후 경기 과천에서 서울 양재로 넘어가는 과천터널 일대에서는 터널 진입 전까지 눈발이 강하게 흩날렸지만, 터널을 통과한 뒤에는 비가 내리는 모습이 관측됐다. 같은 구름대 아래에서도 과천에는 눈이, 서울에는 비가 내린 것이다.
13일은 수도권 폭설이 예보된 날이었다. 오후부터 북쪽의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통과하면서 큰 강수 구름대가 만들어졌고, 이 구름대는 서해상을 지나 수도권 전역을 훑고 동쪽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경기 양평(4.1㎝), 광주(4.1㎝), 연천(3.6㎝) 등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과천 관악산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는 적설량 8.8㎝가 기록돼 대설주의보 기준인 5㎝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에서는 눈 대신 비가 주로 내렸다. 용산·서초구는 적설이 관측되지 않았고, 서대문구(0.6㎝), 종로구(1㎝), 은평구(1.1㎝) 등도 늦은 오후 기온이 떨어지면서 비가 눈으로 일부 바뀐 수준에 그쳤다.
같은 구름대가 통과했는데도 강수 형태가 달랐던 이유로는 '습구온도'가 언급됐다. 습구온도는 기온과 열기, 습도 등을 반영한 값으로, 1도 이상이면 비, 1도 미만이면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오후 4시 기준 습구온도는 서울 은평구가 2도였던 반면, 과천 관악산은 영하 1.3도로 더 낮았다.
이 같은 온도 차이는 도시열섬 현상과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설명됐다. 도시열섬은 녹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아스팔트 도로가 낮 동안 햇볕을 흡수해 열을 품고, 대기오염에 따른 온실효과와 자동차·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인공열이 더해지면서 도시 기온이 외곽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눈이 비로 바뀌거나, 눈이 내려도 지표에 쌓이지 않고 녹아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도시열섬은 겨울철 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눈이 비로 내리면 지표에 쌓이지 못하고 빠르게 마르면서 건조도가 높아지고, 지표가 뜨거워지면서 상승 기류가 형성되고, 공기 흐름이 방해돼 미세먼지가 갇히는 효과가 생긴다. 실제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된 16일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올겨울이 예년보다 전반적으로 따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눈 대신 비가 내리거나 쌓인 눈 대신 물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