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나랏말싸미⋯

입력 2025-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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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성인들이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어린이들도 정해진 연령이 되면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는다. 성인들이 X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하는 검사 중심이라면 어린이들은 성장발달을 주로 체크한다.

나이에 따라 키, 체중, 두위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운동과 생리 기능은 잘 발달되고 있는지, 인지능력과 사회성은 적절한지를 보게 된다. 혹 발달 지연이 의심되면 조기에 치료를 받아 발달장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병원은 지역 특성상 내국인보다 외국인 환자가 훨씬 더 많다. 내원 환자의 80%가 외국인이고 이 중 40%는 러시아계, 40%는 중국계, 나머지 20%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기타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건강검진을 할 때 물어본다. 숫자를 잘 헤아리고 쓸 수 있는지? 말은 잘하는지? 모국어도 하고 한국말도 하는지?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는지? 쓸 수 있다면 모국어와 한국어 둘 다 쓸 수 있는지?

말하기와 글쓰기를 둘 다 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경우에는 직접 써 보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어느 말로 쓰는 게 더 쉽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중국이나 러시아계 어린이들도 한결같이 한국어로 쓰는 게 더 쉽다고 대답한다.

그럴 때마다 그렇구나! 한글이 정말 배우기 쉽고 편리한 글씨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과 세종대왕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한국어가 위대한 글이라고 많이 들어는 봤어도 직접 실감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외국인 어린이들을 검진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끝까지 잃지 않게 해주는 우리글과 우리나라, 다가오는 2026년에는 더욱 사랑해야겠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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