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으로 출범한 부산고등어식품 전략사업단이 사실상 실패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역 특산물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국비와 시비 등 총 60억 원이 투입됐지만, 현재 남은 것은 가동이 중단된 고등어 가공공장과 대규모 인건비 집행 내역, 성과 없는 브랜딩 사업뿐이다.
사업의 핵심 자산이었던 가공공장은 2029년 11월 1일부터 양도·교환이 가능한 상태다. 그 이전까지는 보조금이 지원되는 기간이어서 교부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공장 가동 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업 관리는 부산 서구청이 맡았으나, 실제 예산 집행 구조를 들여다보면 산업 육성보다 인력 운영과 급여 집행이 우선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부산시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사업 기획 단계부터 구조적 결함이 내재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전문가 CEO 영입비'다.
지난달 부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원석 시의원이 8억5400만 원에 달하는 전문가 영입 비용의 세부 내역을 요구했지만, 부산시의 공식 답변은 한 달이 지나서야 제출됐다.
답변서에는 대상자 16명이 A~P까지 이니셜로만 표기됐고, "인건비로 집행됐다"는 설명 외에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지 △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입증할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취재를 통해 전·현직 단장들이 급여를 수령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부산시와 부산 서구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실명 공개를 거부하며 "인건비 집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명칭만 남고, 검증·책임·성과는 비어 있는 인건비 집행 구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 결과, 사업단 설립 당시 담당 과장이었던 부산시 수산가공과장 K씨는 퇴직 이후 취업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고등어 전략사업단 단장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
K씨는 이후 고등어 전략사업단 단장을 거쳐 부산중도매인협회 전무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전관예우성 인사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 고등어 전략사업단 단장 L씨는 “중간에 단장으로 온 것은 맞지만, 이미 구조가 다 짜여 있어 별다른 역할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등어 전략사업단에서는 총 16명이 기간을 나눠 8억5000만 원 이상을 인건비로 집행했다. 여기에 별도의 사업단 운영비 2억3400만 원이 추가로 편성됐다.
결과적으로 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조직 유지와 인건비에 투입된 구조다. 전체 사업비 60억 원 가운데 6분의 1 이상이 인건비·운영비로 소진됐지만, 고등어 산업의 실질적 성과나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산맛꼬' 브랜드 개발에 8천만원, R&D 지원에 3억1천만원, 홍보마케팅에 5억3천2백만원이 투여되었다.
홍보마케팅 중 유통시장 개척에 3억4천 7백만원이 투입되었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노정태 라온위플 대표는 "전국 BI(브랜드 아이덴티티) 런칭에 6억원 정도의 비용이라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착없이 유통 프로모션 시장 개척에 홍보마케팅 비의 65% 이상을 지출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 기괴한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농림부 전략식품 사업은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영리 자회사 설립이 필수 조건이다. 현재 셧다운 상태에 놓인 고등어 가공공장이 바로 그 영리 자회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본지의 연속 보도 이후에도 가공공장은 재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수산업계에서는 “설비는 남았지만, 운영 주체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며 사실상 사업 실패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업단 측은 “원물 가격이 약 30% 상승해 가동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항변한다. 공동 사업 형태로 운영되는 4개 주주사가 손실 부담을 누구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일한 원물 가격 상승 국면에서도 4개 주주사의 개별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부산시 1차 전략식품 사업이었던 어묵산업단이 일정 수준의 브랜드와 산업 성과를 남긴 것과 달리, 고등어 전략사업단은 기획·집행·결과 전반에서 전혀 다른 궤적을 보였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사업 실패를 넘어, 공공 예산이 어떻게 '사람 중심 구조'로 설계되고 작동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정과 업계, 이해관계가 어떻게 얽혔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