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환단고기' 논란 확산…野 "반지의 제왕도 역사냐"

입력 2025-12-14 15: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환단고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 확산하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으며 공세에 나섰고, 대통령실은 "환단고기에 동의하거나 연구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유사역사학에 문제의식을 부여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서 "환단고기는 신앙의 영역이지 역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학계에서 위서로 규정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뭐든지 믿는 건 자유이지만 개인의 소신을 역사에 강요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 건 백설공주가 실존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사이비 역사를 검증 가능한 역사로 주장할 때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힐난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해 "무식한 권력자가 전문가와 국민을 가르치려 들 때 사고가 터진다"며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사태는 '논란이 아닌 것'을 '의미 있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킨 이 대통령의 무지와 경박함이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가 구체가 아니라는) 지구평평설',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는) 달착륙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기관이 의미 있게 다뤄줘야 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13일 페이스북에서 "환단고기는 위작이다"라면서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오며, 고고학적 증거와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다"라면서 "중국에 쎄쎄(谢谢)하시더니,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 환상을 국정에 끌어들이실 거냐"고 쏘아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해명에 나섰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거듭 설명했다. 그는 "역사와 관련해서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고, 분명한 역사관 아래에서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설명하며 "대통령이 말한 결론 부분을 보면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 건지가 중요하고, 그런 가운데 근본적인 입장차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예를 들면 친일에 협력했었던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 주장들은 어느 문헌에 있고, 어느 전문 연구가가 주장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위안부는 본인들이 원해서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은 어느 문헌에 나와 있고, 또 어느 전문 연구가가 주장을 하는 것인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런 질문에서 과연 자유로운 사람들이 없는지, 혹은 역사관을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연구하고 수립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역사관이 연구돼서 지금 확립돼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양한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12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역사 교육 관련해서, 무슨 환빠 논쟁 있죠?"라고 물었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연구하는 사람들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나"라면서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질책했다. 박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환단고기(桓檀古記)는 단군 고조선 시대의 상고사(上古史)를 다룬 책으로, 1911년 계연수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류 역사학계는 환단고기를 위서(僞書)로 보는 반면, 일부 재야 사학계에서는 이를 실제 역사로 보고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시리아서 IS 추정 공격에 미군 등 3명 사망…트럼프 “매우 강력한 보복”
  • 지갑 닫아도 가심비엔 쓴다…홈쇼핑업계 고급화 '승부수'
  • 취업 문턱에 멈춰 선 2030…‘일하지 않는 청년’ 160만명 눈앞
  • 주담대 막히자 ‘마통’ 쏠림…5대은행 잔액 41조, 3년 만에 최대
  • 금융자산 10억 부자 47.6만명…유망 투자처로 '주식' 꼽아
  •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규제 풀고 빈 건축물 활용 [관심法]
  • ‘미쳤다’는 말까지⋯영·미·프 언론이 본 ‘불수능’ 영어
  • 오늘의 상승종목

  • 12.1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702,000
    • -0.72%
    • 이더리움
    • 4,631,000
    • -0.17%
    • 비트코인 캐시
    • 859,000
    • +0.12%
    • 리플
    • 2,995
    • -1.12%
    • 솔라나
    • 196,700
    • -0.81%
    • 에이다
    • 604
    • -1.79%
    • 트론
    • 412
    • +1.48%
    • 스텔라루멘
    • 351
    • -1.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9,250
    • -0.78%
    • 체인링크
    • 20,360
    • -0.59%
    • 샌드박스
    • 193
    • -2.5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