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기업 달러 수요에 ‘간접 개입’만 반복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대책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재의 대책은 시장을 진정시키는 ‘간접 개입’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환율을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다. 개인과 연기금의 해외 자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원화 자금이 꾸준히 해외로 이동하고 있고, 기업의 수입 결제와 환헤지 수요도 달러 매수세를 지탱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수요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에 가깝다.
또한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 집행이 확대된 가운데,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해외 투자 수요와 맞물리며 외환시장 수급 압력을 키웠다는 시각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정부가 검토 중인 수단은 수출기업의 즉시 환전 유도, 외환시장 점검 강화, 투자자 설명의무 점검 등이다. 그러나 이는 달러 수요를 직접적으로 줄이기보다는 속도를 조절하는 성격이 강하다. 환율 방향성을 바꾸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의 역할도 논란의 중심이다. 해외 투자 확대는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 불가피하지만, 대규모 달러 매수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가 연기금의 투자 전략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환율 수준을 인위적으로 낮추기보다,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외환스와프 연장이나 헤지 전략 조정 논의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관건은 정책 신호의 강도와 일관성이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환율의 단기 변동성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급 구조가 유지되는 한, 환율을 둘러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환율은 여러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과도한 변동성과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며 “외환시장이 과도하게 불안해지지 않도록 필요한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