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결제 수요에 수급 압력 고착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달리 원화만 홀로 약세를 보이며 15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달러 가치가 내려가는 국면에서도 환율이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가 단기 변동이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2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73.7원을 기록했다.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1479.9원까지 오르며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11월 평균 환율은 1460.44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달 들어 2주간 평균은 이보다 높은 147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1월 이후 한 달 넘게 장중 기준으로도 1450원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주요국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의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엔화, 호주달러 등 주요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오히려 하락했다. 달러인덱스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원화 가치만 떨어지면서 달러 흐름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국내 외환 수급 구조 변화를 지목한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와 연기금의 해외 자산 비중 증가, 기업의 결제·환헤지 수요가 맞물리며 달러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변수보다 자금 흐름이 환율을 좌우하는 국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수급 압력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올해 연평균 환율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연말을 지나 내년에도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수출기업 환전 동향 점검, 환전 유도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원화 약세가 글로벌 변수보다 국내 수급 구조에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정책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