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PC·가전 원가 구조 흔들
제조사 내년 라인업 인상 검토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가격 상승 여파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 PC, TV, 고사양 가전 등 메모리가 필수로 들어가는 제품군 대부분에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내년 라인업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가격 급등이 전체 시스템 비용을 끌어올리며 소비자 시장 전반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충격이 현실화했다. 4분기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전년 대비 7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는 스마트폰 원가(BOM)의 10~1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트렌드포스는 올해 스마트폰 단가가 8~10%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에도 D램과 낸드 가격이 추가로 오르며 BOM 비용은 5~7%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가형 모델은 수익성이 낮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일부 중소 브랜드는 조달 경쟁에서 밀려 시장 재편 가능성도 제기됐다.
PC·노트북 시장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노트북 생산량 전망을 기존 1.7% 증가 전망에서 2.4% 감소로 조정하며 “2026년 PC 생태계 전체가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의 이중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체 기준으로 메모리 비중은 현재 10~18%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평균 소매가는 5~15%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델 테크놀로지스, HP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가격 상승에 대비해 메모리를 비축하고 있으며, 제품 가격 인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클라크 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칩 관련) 비용이 이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처음 봤다"며 "모든 제품군에 걸쳐 원가 기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국 샤오미를 포함한 가전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전에 AI 기능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이고, 탑재량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루웨이빙 샤오미 그룹 총재는 지난달 18일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칩 가격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면서 이번 메모리 부족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확연하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