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지털 세대가 농촌과 농산업을 재창조하자 [논현논단]

입력 2025-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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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는 오늘날 지방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이다. 역대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농촌을 살리자는 정책의 작은 실패가 누적되면서 전국 곳곳의 농촌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국가적 재난을 막는다는 각오로 농업·농촌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과감한 정책 전환과 국민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농업(Agriculture)은 라틴어 ‘Agri’(논·밭)와 ‘Cultura’(가꾸다·돌보다)의 합성어에서 알 수 있듯, 인류가 땅을 일구며 시작된 최초의 근원 산업이다. 역사적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농업은 사회·경제·환경·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복합 산업으로 진화했다. 6차 산업 개념이 확산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이다. 이제 농업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농촌 공간을 재구성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공연·문화·영화·드라마·축제 등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을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 농촌의 문제는 농산물 생산과 가격에만 있지 않다. 폐농가, 폐학교, 축산 악취시설, 가동을 멈춘 공장 등이 방치되어 농촌환경을 해친다. 축산 악취나 소음 발생 시설, 오염물질 배출 시설 등을 정비하거나 이전하여, 새로운 시설로 재생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쉬운 일은 아니나 여러 가지를 반영해야 한다. 농촌 인구감소와 경제 침체로 ‘농촌소멸’이 대두된다. ‘AI 시대’의 도래로 전통 농업은 더욱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시대에 농촌 공간을 재생하는 사업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경북 문경의 쌍용양회 폐공장은 좋은 사례다. 60여 년간 가동되다 2018년 폐업 후 방치되었지만, 최근 첨단 미디어 기술을 입혀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 재탄생했다. 실내에는 촬영과 특수효과 구현이 동시에 가능한 버추얼 스튜디오가 구축됐다. 폐농가나 오염시설, 폐학교는 문화·관광·예술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재구성하면 농촌의 새로운 관광 명소나 창의 산업 기반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농촌이 신경제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농업이 타 산업과 융복합해야 한다. 농촌과 농업에 기술·문화·관광을 결합하여 새로운 복합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제조업과 가공업이 위기를 맞을 때 융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철강 산업이 몰락한 뒤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지역을 살린 독일 에센, 영국 웨일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사례를 참고하자. ‘산업유산’이라는 명목으로 농촌에 남아있는 자원은 새로운 관점에서 ‘재생’하여야 한다. 도시에서는 이미 도시농업·스마트팜·식물공장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전통 농업과 첨단 기술, 그리고 공간·콘텐츠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모델이 농촌에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 변화의 동력은 결국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농촌지역 청소년이 중심에서야 한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 철강 산업의 위기를 계기로 ‘철’을 예술로 재해석하는 ‘스틸 콘텐츠 크리에이터 캠프’가 열렸다. 포스코의 협력 아래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청소년이 참여해 자신만의 독창적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우려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잠재력과 협업 능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예술은 이제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구와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는 청소년들은 목적이 분명할 때 놀라운 창의력을 보여준다. 시 쓰기–이미지화–캐릭터 창작–AI 음악·영상 제작이라는 고난도의 과정을 단 하루 만에 소화해낸 모습은 디지털 세대가 농업·농촌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너무 바쁘다. 농축산물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 수출입을 다루어야 하고 농업인의 소득과 복지, 삶의 질과 물가도 챙겨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글로벌 경제통상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최근 정치적 이슈로 법정에 나가야 하는 장관의 행동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미국의 농무장관인 부르크 로린스(Brooke Rollins)나 일본의 농림수산성 장관인 노리카주 스즈키 장관의 일정을 보면 우리와 너무 차이가 난다. 우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업뿐만 아니라 농촌 개발과 지역 산업도 살릴 수 있도록 시간과 여건을 만들어주자. 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더 이상 ‘농산물 생산이나 가격’ 등 농산업 분야에 머물 수 없다. 새로운 디지털 세대가 농촌 공간을 혁신하고 농산업을 신산업으로 재창조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 공간을 재창조하여 지역 경제가 회생 할 때, 농촌은 소멸 위기를 넘어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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