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토지허가제가 확인시킨 ‘규제의 역설’

입력 2025-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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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주임교수

의도한 방향과 시장반응 전혀 달라
공급불안·매수세 자극 … 집값 상승
‘정책으로 시장 못이겨’ 교훈새겨야

10·15 대책은 시장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다양한 규제 수단을 동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조치가 바로 토지허가제의 확대 적용이었다. 정부는 토지 거래 단계에서부터 투기적 수요를 차단해 가격 상승의 불씨를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서울 ‘강남4구’와 ‘마용성’의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을 경신하면서,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른바 규제가 의도한 방향과 실제 시장 흐름이 완전히 어긋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가장 큰 문제는 토지허가제가 시장의 거래 구조에 직접적인 제약을 가하면서도 가격 억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허가 절차 강화로 일부 단기 매수 심리는 위축됐지만, 현재 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투자 위축과 그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해, 핵심 수요층은 규제 강도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강남과 마용성은 교육·교통·직주근접 등 우수한 생활 기반이 고착된 지역인 만큼, 단순 규제로 수요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결국 이 제도는 투기 수요 차단보다는 정상적인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가로막고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만들었다.

두 번째 문제는 정책 신호가 오히려 공급 불안을 자극하는 역효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토지허가제는 특성상 개발 절차의 경직성을 높인다. 이는 민간 사업자들로 하여금 “정부가 언제든 추가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핵심 공급 축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공급 불안 심리는 자연스럽게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수요 압력을 강화했고, 오히려 매수세가 자극되며 가격 상승 요인이 되어버렸다.

결국 공급 확대에 대한 정밀한 접근 없이 규제만 강화한 정책은 시장이 원하는 시그널과 역행하며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남겼다.

세 번째 문제는 정책의 목표와 실제 과열 구간이 정확히 맞물리지 않았다는 점, 즉 정책 정교성의 부족이다. 토지허가제가 적용된 지역은 광범위했지만, 정작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은 강남4구와 마용성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범위는 넓었지만 압박의 효율은 떨어졌고, 자본력을 갖춘 투자자들은 규제 우회나 대기 매수 전략으로 대응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제도 적용 지역 주민들은 거래 불편과 개발 지연이라는 직접적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규제의 명중률이 낮아 정책의 목적과 효과가 괴리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정책 발표 방식 또한 시장 불안을 키운 비의도적 신호로 작용했다. 토지허가제는 강력한 규제로 인식되는 만큼, 이를 시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정부가 규제를 꺼낼 정도라면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해석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정책 발표 직후 기대 심리가 상승하며 호가가 단기적으로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시장이 규제를 상승 신호로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규제 피로 현상으로, 정부 정책의 신뢰도와 효과성을 동시에 훼손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수요 관리 중심 정책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 공급 확대 로드맵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억제 정책만 반복되면 매물 잠김과 거래량 위축만 커지고 가격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간과한 하나는 10·15 대책은 공식 발표 이전부터 엠바고가 풀려 시장에 관련 정보가 확산되면서 선제적 가격 급등을 촉발했고, 한국 부동산 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할 때 이후 가격이 자연스럽게 조정되기도 어려웠다. 특히, 강남4구와 마용성은 학군, 일자리, 생활 기반 등 압도적인 희소성이 유지되고 있어 규제가 강화될수록 기존 보유자들은 매각을 더욱 꺼리게 된다. 결국 시장 내 유통 물량은 줄고 제한된 매물에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이 더 단단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10·15 대책의 토지허가제는 시장 안정이라는 선의의 취지였음에도, 강남4구와 마용성의 가격 흐름이 보여주듯 거래 위축, 공급 불안 신호, 규제 피로, 실수요자 부담 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며 오히려 가격 상승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정책은 규제 중심 접근에서 탈피해 구조적 공급 확대와 지역 특성에 따른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과 같은 규제의 역설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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