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상황실에는 수십 대의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모니터에는 CCTV 영상, 투입된 인원, 위험한 작업 공정 같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인다. 이 데이터는 즉시 분석되어 사고 위험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하늘에서는 드론이 근로자들을 내려다본다. 겉으로 보면 최신 기술과 제도가 총동원된 안전 혁신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설현장이 감시와 통제의 시대에 놓여 있다.
스마트 관제 시스템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지만 위험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는 낙하물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지만 작업자의 불안이나 현장의 긴장감은 읽지는 못한다. 기술은 단지 보조 수단일 뿐 안전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은 사람을 기술에 종속시키고 있다. 근로자는 센서의 범위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고 CCTV가 없는 사각지대는 위험구역으로 간주된다. 이는 기술 중심의 안전이 아니라 기술 중심의 통제다.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안전 점검이 이루어진다. 작업 전 미팅(TBM), 안전 순찰, 스마트폰 앱을 통한 위치 추적과 실시간 영상 감시까지 더해지면 작업자는 더 이상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시받는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은 근로자에게 심리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주며 이는 실제 사고보다 더 은밀하고 오래 지속되는 위험이 된다. 결국 안전을 위한 장치가 오히려 작업자의 집중력과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안전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실제 안전을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처벌 회피에 대비하거나 홍보용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현장에서는 사진만 찍고 끝나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 안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관료주의적 행정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근로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정부나 발주자, 그리고 본사에서 내려오는 일방적인 지침만 반복된다. 결국 이는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재생산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전은 숫자로만 평가될 수 없다. CCTV와 점검 횟수, 사망사고 제로라는 성과 지표가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통제는 근로자의 자율성과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불신을 키운다. 진정한 안전은 기술과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더 많은 CCTV보다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더 많은 점검보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안전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감시가 아니라 공감을 원한다. 숫자와 장치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안전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건설현장은 진정한 의미의 안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