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취미 가장한 범죄 ‘DIY 위조명품’

입력 2025-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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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종 새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이 최근 ‘위조 명품 조립 키트’를 제작·유통한 조직을 적발한 사건은 위조 범죄가 얼마나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위조품은 제조·유통·판매의 고리를 갖춘 형태로 인식됐지만, 이번 사건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원단·부자재·도식화된 제작 설명서를 묶은 조립형 키트 형태로 판매한 전례 없는 방식이었다. 소비자는 취미 공예를 하듯 가방을 만들며, 완성품은 정품과 흡사한 형태로 태어난다. ‘내가 직접 만들었을 뿐’(DIY)이라는 인식 뒤에 숨은 상표권 침해의 본질은 쉽게 간과된다.

상표경찰이 압수한 물품은 무려 2만여 점으로 원단, 금속 부자재, 금형, 그리고 위조 명품에 맞춘 장식품까지 체계적으로 준비돼 있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구매자들이 제작법을 서로 공유하며 완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취미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위조품은 결국 시장을 교란하고 정품 브랜드 가치와 창작자의 권리를 잠식한다.

위조 조립 키트의 확산은 단순히 불법 제품의 양적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위조 제작 경험을 소비자에게 학습시키고 정품에 대한 프리미엄 인식을 무너뜨린다. 생산 단계부터 불법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희석시키며, 위조품 소비를 놀이로 치장하는 문화는 장기적으로 지식재산 보호 체계를 흔들 수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선제 단속은 단순 적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제작 단계에서 차단하지 않았다면, 600여 세트가 완제품으로 재탄생하여 약 20억 원 규모의 위조 시장이 확대될 수 있었다. 위조 조립 키트는 단속의 빈틈을 노리고 소비자를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알고리즘을 갖춘 셈이며, 지식재산 정책에는 이제 유통 사후 조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작 인프라 차단이라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단지 기업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다. 정당한 창작과 브랜드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 시장은 결국 산업 혁신의 동력을 잃는다. 조립 키트로 위조품을 직접 만드는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는 소비자에게 묻는다. 만드는 즐거움과 침해의 무게 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홍혜종 새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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