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농기계 산업의 동남아 거점 확충이 본궤도에 올랐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국농기계전용공단’이 필리핀에서 착공되며, 그간 북미에 집중됐던 수출 구조가 다변화될지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정욱 농업혁신정책실장이 10일 필리핀 카바나투안시에서 열린 한국농기계전용공단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비롯해 필리핀 농업부 장관, 상·하원 위원장,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김신길 이사장, 국내 농기계 기업 대표 등이 함께했다.
이번 공단 조성은 필리핀의 농업 기계화 수요와 국내 농기계 업계의 동남아 시장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추진됐다. 필리핀 정부는 토지 75년 장기임대와 함께 도로·전기·통신·용수 등 공단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관세·지방세 면제 혜택도 부여했다. 국내 기업들은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총 6만평 규모로 단계별 제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국내 농기계의 동남아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4.3%에 불과하지만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체 동남아 수출 중 필리핀 비중은 60%로 가장 높으며, 수출액은 2023년 900만 달러에서 올해 31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업계는 필리핀 공단이 완공되면 북미에 집중된 수출 구조(2024년 기준 73%)를 동남아·신흥시장 중심으로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미국 관세 부과, 해상운임 상승 등 악재 속에서도 올해 한국 농기계 수출은 10월 기준 11억1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업계는 이번 공단이 생산·서비스·A/S 거점 역할을 하며 수출 안정성과 현지 대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양국 농업 발전과 농기계 산업 경쟁력 제고에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도 필리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공단 활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