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좋다’…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 반도체 쏠림 속 ‘K자형’ 회복”

입력 2025-12-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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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한국 기업 신용도는 반등 국면이 시작하지만, 회복의 수혜는 반도체·조선·방산 등 소수 업종에만 쏠릴 전망이다. 취약 산업인 화학·철강·전기차 이차전지 업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신탁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은 여전히 등급 하향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10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와 NICE신용평가는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와 신용위험’ 공동 세미나를 열고 “한국 기업들의 최악의 신용 사이클은 지나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내년도 업종별·기업별 차별화는 오히려 심해질 것으로 이같이 밝혔다.

S&P가 공개한 국내 기업·금융기관 30곳의 신용등급 현황을 보면, ‘긍정적(Positive)’ 전망을 부여받은 곳은 4곳뿐이다. 지난해 말까지 긍정적 전망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과 달리 하반기 들어 LG전자·SK하이닉스(BBB)가 등급 상향 후보군에 다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 힘입어 현금창출력이 커지고 재무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선 한화손해보험·한화생명(A) 정도다.

반대로 포스코홀딩스(A-)·포스코인터내셔널(BBB+)·PT 크라카타우포스코·SK이노베이션·SK지오센트릭·한화토탈에너지스(BBB-) 등 철강·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은 일제히 ‘부정적(Negative)’ 전망을 달고 있다. 철강 시황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 대규모 투자 부담에 따라 레버리지(차입금)가 상승한 점이 반영됐다.

박준홍 S&P 상무는 “올해 11월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등급조정은 하향이 여전히 우위지만, 하반기 들어 개선 조짐이 뚜렷하다”며 “반도체와 조선, 방산, 일부 전력기기 기업들은 미국의 산업정책과 AI 투자 확대로 경쟁환경이 오히려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석유화학·건설·전기차 배터리는 관세와 공급과잉 충격이 겹쳐 내년에도 부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종별 ‘K자형 회복’…반도체·조선·방산 '긍정적'ㆍ석화·건설 '부정적'

나이스신용평가가 반도체·자동차·정유·석유화학·건설·철강·2차전지·유통·디스플레이·조선·전력·항공·해운·방산 등 14개 주력 산업을 대상으로 산출한 ‘NICE 산업전망 인덱스’에 따르면, 이들 산업의 내년 합산 매출액 상승률은 올해보다 5.6% 늘어난 163조3000억 원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매출액 상승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지수(EBIT 마진 기준) 역시 올해 7.8에서 내년 10%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선분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에 집중된다. 반도체 제외 시 수익성 지수는 5.2%까지 급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2026년 산업 회복은 ‘K자형’에 가깝다”며 “반도체와 조선·방산·전선 등 일부 업종이 이익을 끌어올리는 반면, 석유화학·철강·건설·이차전지는 구조조정과 투자부담으로 신용도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K자형 회복은 일부 업종과 기업만 급속히 성장하고, 나머지는 정체되거나 악화하며, 경기 회복 경로가 K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나이스의 올해 업종별 등급조정 현황을 보면,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0.96배로 2024년(0.84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하향이 상향을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하향 배율이 1을 밑돌면 하향이 상향보다 우위라는 의미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도 “내년 신용등급 트렌드는 업종별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투자, ‘반도체 쏠림’ 심화…반도체 수출 30% 과도한 의존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반도체 업종은 사실상 독주 분위기로 평가됐다. SK하이닉스는 S&P로부터 BBB급 신용등급에 ‘긍정적’ 전망을 받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물량 계약이 앞당겨 체결되면서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송 본부장은 “HBM은 완전한 범용 메모리라기보다 고객 맞춤형 성격이 강해 과거 D램보다 가격·출하 안정성이 높다”며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한 반도체 업종의 이익 변동성은 예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미국 빅테크가 이끄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은 쉽게 꺼지기 어렵고, 최소 몇 년간은 HBM과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 투자에 대한 투자 속도가 워낙 가팔라 장기적으로는 버블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했다. 송 본부장은 “투자 규모가 과열될 경우 언젠가는 조정 국면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AI 수혜 업종도 재무구조 관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S&P와 나이스는 공통적으로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강한 추동력이 되겠지만, 다른 제조업에는 오히려 투자 부담과 경쟁 심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수출의 25~30%를 차지하는 과도한 의존은 리스크지만, AI 사이클이 없었다면 한국 경제와 기업 신용여건이 훨씬 더 나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장치산업, 설비 통폐합에도 신용도 상향 개선 떨어져

이차전지와 석유화학, 철강 업종은 정반대 위치에 서 있다.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배터리·소재 업체의 글로벌 공세로 한국 배터리·소재 기업의 수익성은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다. 석유화학 업종도 중국의 대산·여수·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설비 통폐합이 진행 중이고, 에틸렌 생산능력의 30% 감축 계획까지 나왔지만, 중국·인도 증설 물량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는 "통폐합 과정에서 설비 폐쇄비용과 자산 재평가가 발생해 단기적으로는 재무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라며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중국발 공급과잉과 원가 경쟁력 열세라는 근본 문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추가 상향의 여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홍 S&P 상무도 “이차전지 업종은 내년에도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 크레딧 관점에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며 “설비 과잉과 저수익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노출 높은 저축은행·신탁사, 여전히 ‘부정적’

금융업권의 신용전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상무는 “주요 9개 금융업권 가운데 7개 업종의 2026년 신용전망이 ‘안정적’이고, 2개 업종만 ‘부정적’”이라며 “지난해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이었던 증권과 할부·리스는 올해부터 ‘안정적’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은행업은 건전성 관리와 자본비율 유지에 성공하며 전반적으로 ‘안정적’ 시각이 유지됐다. 반면 부동산 노출이 큰 부동산신탁사와 저축은행 업권은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상업용 부동산 PF와 중소형 건설사 익스포저가 크고, 자본완충력도 제한적이어서 추가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등급 하향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는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사모 투자 확대가 꼽힌다. 김대현 상무는 “대형 증권사들이 IMA·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주식·펀드·사모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경우, 자본비율이 한 자릿수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가 나온다”며 “현재 자본여력으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레버리지 관리 실패 시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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