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가 10일부터 청소년 보호를 위해 16세 미만 이용자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차단한다. 지난해 말 통과시킨 관련 법은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럽·아시아 국가, 관련 규제 도입 초읽기 =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다른 국가들에서도 SNS 기업에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해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규제는) 다른 국가로 전파가 충분히 예상된다”면서 “특히나 미성년자 보호에 엄격한 국가와 플랫폼 규제 등이 강한 나라에서 우선적으로 이러한 조치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과 아시아 등의 많은 국가들에서 관련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내년부터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 계정 자체를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덴마크는 최근 합의를 통해 만 15세 미만의 소셜 미디어 접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내년 3월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부모나 법적 보호자의 계정과 연결된 경우에만 SNS 사용을 허용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만 18세 미만 이용자는 SNS 사용 시 부모의 승인을 필수로 요구하는 정책을 밝혔다. 스페인,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도 청소년 SNS 최소 연령 규제를 도입한 호주의 모델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 등에서 선제적으로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는 것은 이들 국가들에는 SNS 기업이 없어 산업의 성장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미국에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커지면 산업을 죽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유럽에는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고 사용자들만 있기 때문에 강한 규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규제는 명분이 분명해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내용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플레이어와 사용자 둘 다 있기 때문에 산업 육성과 제재를 동시에 가져가는 ‘실용주의’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과 있을까 의견 분분…결과 주목= 호주의 이번 조치를 둘러싸고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는 “기술 발전 흐름 속에서 사용자 보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기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그동안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동안 기업에서 상업적 추천 알고리즘은 정교하게 진화했지만, 정신건강 악화나 유해 노출을 줄이는 보호 기술은 뒷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주민등록제가 없는 호주에서 안면 인식 기술로 16세 미만 사용자를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그는 “안면인식으로 나이를 파악한다는 건 감정을 가려낸다는 것처럼 말이 안 된다”며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고 바이어스가 심하기 때문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규제보다는 리터러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SNS의 부작용도 존재하지만 엄연히 미성년자들 사이에서도 소통의 창구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전면금지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SNS를 잘못 활용했을 때의 경우를 사례 중심으로 해서 교육이 실제로 진행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게임이 청소년의 수면권을 방해한다고 셧다운제를 실행했으나 결국 게임산업만 위축시키고 아이들은 게임을 다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염된 물이 있으면 맑은 물을 많이 넣어서 오염도를 낮추는 게 맞지, 물을 막을지 퍼낼 건지는 지금 시점에서 할 일이 아니다”라며 “ SNS 건전화를 위해서 교육과 잘못된 방법들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