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계란에 대한 모든 것(Egg+Everything)을 주제로 한 코너 ‘에그리씽’을 연재한다. 국내 최초 계란 식품·산업·웰니스를 아우르는 대형 계란 박람회 ‘에그테크 코리아 2025(EggTech Korea 2025)’에선 이 코너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계란의 신세계를 더욱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행사는 1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간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편집자주>
한국 유통시장 특수성 '갈색 계란' 선호

대형마트 진열대에 놓인 계란을 보면 대체로 갈색 껍데기가 익숙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오히려 하얀색 계란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는 두 색이 맛이나 영양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껍데기 색깔은 닭의 품종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때 한국에서도 흰색 계란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갈색 계란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계란의 색은 산란계의 귓불 색이 결정한다. 흰색 귓불을 가진 화이트 레그혼 계열은 흰색 계란을, 붉은 귓불을 가진 로드아일랜드 레드나 하이라인 브라운 같은 품종은 갈색 계란을 낳는다. 영양 성분과 맛, 신선도는 사육 방식과 사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껍데기 색은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계란의 차이점이라면 ‘노른자의 비율’이다. 갈색란의 흰자 대 노른자 비율이 7대 3, 백색란은 6대 4 정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유럽 지역에서는 오히려 흰색 계란을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갈색 계란이 더 많을까. 이유는 소비자 인식과 유통 구조, 산업 방향성이 맞물린 결과다. 1970~80년대 한국 계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당시, 정부와 농가가 생산성을 우선순위로 둔 품종 보급 정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환경 적응력과 산란 지속력이 뛰어난 갈색 산란계 품종이 널리 보급됐다. 여기에 토종닭이 낳은 갈색 계란이 ‘더 건강해 보이고, 덜 가공된 느낌’이라는 이미지가 확산하면서 흰색 계란이 모습을 감추게 됐다.
과거 양계 농장의 열악한 세척 인프라도 갈색 계란을 더 선호하게 된 요인 중 하나다. 계란이 생산되면 세척과정이 필수인데 과거엔 현재처럼 세척 기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표면의 잔여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갈색 계란이 많이 생산됐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대량 가공·베이킹 수요가 커 흰색 계란이 오래전부터 주력으로 자리 잡았고, 계란 세척을 하지 않고 상온 유통하는 방식도 선호 색상에 영향을 줬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색상보다 산란일자·동물복지 인증·사육환경 등급으로 구매 기준으로 바뀌는 추세다. 계란을 구매할 때 투명한 생산 과정, 표기 정보·지속가능성을 따지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