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잇단 규제로 전세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집을 산 이들 중 청년 비중이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첫 대출규제가 시행된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집합건물(아파트·빌라·다세대 등)을 취득한 19~39세 청년은 2만1179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생애 최초 매수인(3만4359명) 가운데 이들이 차지한 비중은 61.6%로, 관련 통계가 나온 2010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1347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1336명), 마포구(122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청년층의 ‘첫 매수’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전세시장 불안이 지목된다. 6·27대책부터 10·15대책까지 이어지며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폭 확대됐고, 전세 낀 매매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1월 1일 3만1814건에서 이달 7일 2만5109건으로 21.1% 급감했다.

다만 다른 통계에서는 서울 내 30대 무주택 가구 수가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와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가구주 중 무주택 가구는 52만7729가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30대 주택 소유 가구는 18만3456가구로 전년보다 7893가구 줄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청년이 집을 가장 많이 사고 있다’는 통계와 ‘30대의 주택 소유율이 역대 최저’라는 통계가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통계는 기준과 범위가 달라 서로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거라고 설명한다.
등기정보광장 통계는 개인 연령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등기 신청 자료를 집계한 ‘거래 흐름’ 지표인 반면,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는 가구 단위로 주택 보유 여부를 1년에 한 번 파악하는 ‘재고 통계’다. 최근 거래 통계에는 전세 불안과 규제 강화로 조기 매수에 나선 경제력 있는 청년층이 두드러지고, 재고 통계에는 혼인·출산 감소, 소득 정체 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30대 청년 가구의 현실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수도권으로 20~30대 청년층 유입이 계속되면서 이 연령대의 거주 비중 자체가 높아졌고, 높은 집값 탓에 무주택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세 불안과 맞물려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는 무주택 청년층의 매수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은 규제 영향으로 다주택자보다 무주택자가 상대적으로 매수에 유리한 환경이어서 두 통계가 서로 모순된다기보다 같은 흐름의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