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AI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소프트뱅크, 블랙록 등 글로벌 AI·투자 최고경영자(CEO)들을 잇달아 만나며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반도체 공급 계약, 첨단산업 공동 투자 등 실질적 성과를 끌어낸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 같은 성과가 실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지주회사 및 금산분리와 관련한 규제 변경 방안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AI와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전략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자금 조달 구조의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을 100% 보유한다. 해당 규정은 신사업 진출과 투자 유치 과정에서 과도한 자금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분 요건을 50%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손자회사의 신규 투자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첨단 산업 분야의 민간 투자가 한층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제도 정비 논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올트먼 CEO 접견 당시 "독점 폐해가 나타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AI 분야의 금산분리 일부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직접 개선 방향을 제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AI 산업 육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제도 개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올트먼 CEO는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2029년까지 매월 최대 웨이퍼 90만 장 규모의 D램을 공급키로 하는 등 한국 반도체와의 협력 폭을 크게 넓혔다. 당시 올트먼 CEO는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세계 어느 국가도 갖추지 못한 산업 기반을 갖고 있다"며 "삼성, SK하이닉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은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황 CEO와도 만나 AI투자 확대와 관련해 논의했다. 엔비디아는 현대차와 30억 달러를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9월 유엔 총회 당시 미국 뉴욕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만났다. 당시 이 대통령과 핑크 회장은 한국 AI 인프라 분야에 수십조 원 규모를 투자하는 안을 논의했다.
이달 5일에는 손 회장과의 만나 초인공지능(ASI)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전력 인프라 확충, 대규모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구축 등 차세대 AI 경쟁의 핵심 기반을 한국이 선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과 우리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에 'Arm 스쿨(가칭)'을 설립해 반도체 설계인력 1400여 명을 양성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 회장이 주도하는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한국 기업의 참여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