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이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보유지분에 대한 자산 재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HMM 보통주 3341만주(지분율 32.6%)에 대한 사용·공정가치 산출과 관련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했다. 내년 2월까지 최종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보유 주식의 사용 가치와 매수가격 배분 등을 분석하고 지분 매각 여건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산은은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례적으로 HMM 지분 가치 재평가를 하고 있다.
이번 작업이 주목받는 건 뚜렷한 인수 후보가 보이지 않던 이전과 달리 동원그룹이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며 시장의 기대가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재철 명예회장이 HMM과 관련해 그룹 내 상황이 어떤지 점검해보라는 차원에서 스터디를 지시하신 것은 맞다"면서도 "TF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HMM의 실제 매각 여부와 시점,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장 인수 관련 세부 검토는 쉽지 않고 물밑 논의되는 내용도 없다"며 "HMM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인수가격 등이 나와야 참여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현재 HMM 지배구조 개편과 본사 부산 이전 등을 포함한 세부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업계에선 이 로드맵에 매각 추진 등 민영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발표 시점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전해졌다.
다만 2년 전 HMM 민영화가 무산된 뒤, 이번 매각 국면에서 산은은 비교적 시간을 두고 판을 읽을 수 있는 위치에 섰다. 2023년 말 하림·JKL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산은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현행 BIS 기준에 따르면 은행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자기자본의 15% 이상 보유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125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받게 된다. 이 경우 BIS 비율은 급격히 하락하고 은행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된다.
강석훈 전 산은 회장은 4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HMM 주가가 1000원 오를 때마다 BIS 비율이 약 0.01%포인트씩 떨어진다"며 "주가가 5000~6000원 오를 경우 BIS 비율이 13%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산은의 HMM 지분에 대한 BIS비율 규제 적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결정에 의해 HMM 주식을 취득한 만큼 주가 상승으로 산은에 과도한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정관상 구조조정 목적이 달성된 경우 신속한 시장 매각이 원칙으로 HMM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