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60조 잠수함 사업 결론 앞두고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참여키로
폴란드 잠수함 사업 고배도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방산 블록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해외 수주 환경에 경고등이 켜지며 정부는 방산업체와 수출 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고위급 특사를 캐나다에 파견하며 방산 세일즈 지원에 나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과 만나 글로벌 방산 시장 동향과 수출 전략을 논의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2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집트 순방 과정에서 논의된 방산 협력의 후속 조치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차재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예정에 없다가 급하게 잡힌 일정"이라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금융, 규제 등 정부 지원책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캐나다가 비(非)EU 국가 중 처음으로 EU의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EU 공동구매는 역내 방산기업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캐나다와 유럽 간 방산 공급망이 한층 공고해지면 한국 방산기업이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재 최종 결론만을 앞둔 캐나다 잠수함 조달 사업과도 직결된다. 한화오션은 총 6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의 최종 후보로 올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캐나다의 EU 공동구매 참여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와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한 캐나다가 유럽산 방산 장비를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화오션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1월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이 각각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방문하며 순조로운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캐나다의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참여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앞서 한국은 폴란드의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셨다. 폴란드는 8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인 오르카의 최종 사업자로 스웨덴의 사브를 선정했다. 해당 사업에서 한화오션은 3600t(톤)급 차세대 국산 잠수함을 제안하고 정부도 올해 퇴역 예정인 1200t급 장보고함의 무상 양도까지 제시했지만 최종 선정에 실패했다. 잠수함의 성능 및 가격 경쟁력도 있겠지만, 유럽 자국 우선 기조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내년 1월 초 캐나다를 직접 방문할 예정으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 정부 인사들과 연쇄 면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포함해 방산 협력 전반에 대한 막판 외교적 지지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