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서 中 EV 맹렬한 추격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EV) 인식이 전환기를 맞았다. EV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구매의향은 후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개월 사이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술과 정책이 견인해온 EV 시장이 이제 '소비자 신뢰와 가격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기준 위에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6일 AP통신과 인사이드 EVㆍ시카고대학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EV 인식은 지난해(2024년)를 기점으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친환경 기술과 산업 전환의 상징이었던 EV가 이제 ‘고민되는 선택지’로 분류되고 있는 것.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정작 "구매 의향"을 묻는 말에는 소극적으로 답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전국여론연구센터(NORC)에 따르면 고속충전망 확대에도 불구하고 EV 구매 의향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성인 3154명을 상대로 9월 2~18일 시행한 조사 결과 EV 구매 의향을 뚜렷하게 내비친 응답 비율은 2023년 19%에서 지난해 21%로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17% 수준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들은 EV를 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소득과 무관하게 “전기차는 너무 비싸다”는 응답이 10명 가운데 8명꼴이었다.
무엇보다 EV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전보다 위축된 반면, 중국산 EV에 대한 인식은 되레 개선됐다. 미국 현지에서 여전히 중국차를 피하려는 정서가 강하지만 “값이 충분히 저렴하다면 구매를 고려해 보겠다”는 인식이 커졌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NORC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차에 대해 ‘완전 거부’를 주장해온 미국 소비자들이 이제 ‘조건부 수용’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리서치기관 오토퍼시픽(AutoPacific) 역시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시장이 성장 정체를 겪는 동안, 미국인들의 해외 전기차 브랜드 인지도는 오히려 급등했다”라며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인식 개선은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해당 조사에서 “중국 자동차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4년 52% 수준에서 올해 65%로 껑충 뛰었다. 구매 고려도 역시 41%에서 52%까지 상승했다.
실제 미국 내 중국산 EV는 100% 이상 관세와 보안 규제 탓에 사실상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머릿속 지도에서는 이미 그 존재감이 커진 셈이다.
미국 시장 전기차 보급 비율은 지난 5년 사이 1.9%에서 8%까지 올랐다. 다만 인식의 속도는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은 이미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그 속도와 주도권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인식과 신뢰, 그리고 가격이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나아가 중국산 EV에 대한 브랜드 선호도와 제품인식 개선이 가장 큰 변화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여전히 다수의 미국 소비자는 미국 EV를 선호하지만, 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중국산 EV 쪽으로 기울어지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라며 “중국산 EV의 부상을 ‘당장 미국 시장에 안 들어온다’는 이유로 가볍게 여기는 것은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