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대비 8.4% 증가한 6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1월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실제 수출 물량(중량)은 오히려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도체 단가 급등이 물량 감소를 상쇄한 일종의 '착시 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 뒤에 가려진 우리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 심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610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4%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해당 수출액은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사상 최대 실적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출 물량'이 아닌 '단가'가 주도한 성장이다.
관세청 신고 기준 지난달 총 수출 물량은 1461만 톤으로, 전년(1589만 톤) 대비 약 8.1%(128만 톤)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 물량은 올해 들어 가장 적은 물량이다. 감소율은 올해 1월(-12.4%)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다.
돈은 8.4% 더 벌었지만, 실제로 항구를 떠난 물건의 무게는 8.1% 줄어든 것이다. 이는 공장 가동률과 직결되는 실질적인 일감이 줄어들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괴리는 반도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닌달 반도체 수출은 172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8.6% 폭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 배경에는 가격 상승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난달 D램 고정가격(DDR4 8Gb 기준)은 8.1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0% 급등했다. 1년 새 제품 가격이 6배 뛴 셈이다.
낸드(128Gb) 가격 역시 같은 기간 140.2% 늘어난 5.19달러로 상승했다. 결국 반도체 가격 급등이 전체 수출 지표를 호조세로 돌려세운 셈이다.
이로 인해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로, 전월(26.4%) 대비 1.9%포인트(p) 확대됐다. 우리 수출이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주력 제조업은 물량 감소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달 15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이 뒷걸음질 쳤다.
대표적으로 철강 수출액이 22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9% 급감했다. 주요국의 수요 둔화로 인한 단가 하락뿐만 아니라, 연말 재고 조정 등으로 인해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도 글로벌 공급 과잉 여파로 수출액이 14.1% 감소했다. 설비 보수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수출 물량 자체가 축소된 탓이다.
석유제품 수출액도 주요 기업의 정기 보수로 인해 생산 및 수출 물량이 감소하며 10.3% 줄었다. 선박 역시 인도 일정에 따른 물량 감소 영향으로 수출액이 17.8%나 줄었다.
이처럼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 수출이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면 큰 타격을 입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만큼 품목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상을 정부 차원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부진한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제품 등 주력 제품의 근원적인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국내 투자 활성화 등의 노력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