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거래소 재고 절벽 직면
인도 수요 폭증…전자산업에도 필수적으로 쓰여
“투기적 자금도 상승세 부추겨”
연준 12월 금리인하 관측도 호재

은값이 금을 압도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공급 부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결합해 랠리에 불을 붙이면서 국제 금속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은으로 모이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싱가포르시장에서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 이상 급등한 온스당 57.8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물론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의 6% 급등에 이은 추가 상승이다. 금값이 올해 약 62% 상승했지만 은은 두 배가량 뛰었다.
올해 랠리의 핵심 동력은 단연 실물 부족이다. 세계 최대 은 거래 허브인 영국 런던 시장에는 10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물량이 유입됐지만 1개월물 차입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 통계에 따르면 런던 은 재고는 2022년 6월 3만1023t(톤)에서 올해 3월 2만2126t으로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중국 상하이거래소 창고의 은 재고도 최근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주요 시장 전반에서 재고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과 세계 최대 은 소비국 인도에서의 수요 폭증, 인공지능(AI)·전기차·태양광 등 고속 성장 산업의 수요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올해에는 인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빛의 축제)’와 농번기 수확이 맞물리면서 은 수요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인도 농부들은 은행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 수확이 끝나면 금, 은과 같은 실물 자산을 찾는 경향이 있다. 또 은은 다른 금속보다 열과 전기 전도도가 높아서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에 많이 들어간다.
은 시장은 금의 약 10분의 1 정도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투기성 자금이 한 번에 몰리면 가격이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높은 변동성 때문에 은은 ‘악마의 금속’이라는 별명도 따라붙는다.
호주 멜버른 소재 페퍼스톤그룹의 아흐마드 아시리 리서치 전략가는 “최근 은값 급등은 점점 더 투기적 자금 흐름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투자자 매수세가 제한된 실물 공급과 맞물리면서 가격이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형성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전망이 귀금속 전반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시장의 약세 흐름, 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 발언, 그리고 6주간 이어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으로 지연된 경제 지표들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수익이 없는 귀금속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은값의 추가 상승 여력에 주목하고 있다. 폴 심스 인베스코 상품 전략 책임자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출하 수요를 맞추려고 은을 컨테이너선 대신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며 “장기적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단기적으로도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은은 귀금속과 산업용 금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며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기술 발전 추세를 봤을 때 보다 전기화된 세계로 나아갈수록 은의 쓰임새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