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단순 헤지수단 넘어 실물 투자자산” vs
과거 사례는 고점 도달 후 장기 약세
“시장, 1979년 이래 가장 과매수 상태”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폭락 전까지 ‘안전자산 대명사’인 금은 물론 은과 백금 등 귀금속이 올해 가파른 랠리를 보였다. 금값은 올해 들어 55% 이상 올랐고 최근 두 달 사이에만 25% 치솟았다. 은값 역시 최근 1980년 ‘은 파동’ 이후 4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역사적인 랠리를 이어갔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기 조정에 그칠지 버블 붕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단기 조정으로 보는 시각은 정부 부채 증가와 미국 달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 미·중 갈등 심화 등이 금값을 계속 밀어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다. 오안다증권의 자인 바우다 분석가는 “금값 향방은 내년까지 이어질 기준금리 인하 상황과 미·중 무역 갈등의 전개에 달렸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지금의 관계가 이어진다면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조정 국면을 목격하는 중”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금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 투자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회복력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이 안전자산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또 다른 투자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앱터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애널리스트는 “이제 금은 단순히 통화나 포트폴리오를 헤지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부채 수준과 매년 반복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을 고려할 때 사람들은 실물자산을 갖고 싶어하고 위험자산을 보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새 금에 대한 인식이 다소 바뀌었다”고 짚었다.
반면 현시점에서 금값이 이미 고점에 도달했으며 이제 남은 것은 버블 붕괴라는 경고도 있다. 1980년대 은값이 단기 급등했다가 급락한 후 장기 약세 국면에 접어들었던 사례와 2011년 금값이 고점을 찍은 후 2020년대 중반이 돼서야 가격을 회복한 사례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1979~1980년도 대표적 금 버블 붕괴 시기로 꼽힌다.
디칼리트레이딩의 칼리 가너 공동 설립자는 “금 시장은 1979년 이래 가장 과매수된 상태”라며 “시장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해왔지만, 이 정도의 극단적인 방향성이 지속하는 경우는 몇 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어떻게 끝날지는 잘 알고 있다”며 “역사상 지금 수준의 현상은 1979~1980년 목격했고 그때 랠리를 쫓던 사람들은 좋지 않게 끝났다”고 덧붙였다.
MKS팸프의 니키 쉴스 애널리스트도 “거품이 조금 생기고 있다. 주요 원인은 극도로 과매수된 현 상황”이라며 “6주 만에 금값이 1000달러나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의미한다. 우린 성층권에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