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우리나라의 핵심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거점으로 거론된다. 한때 극도의 수질오염으로 '죽음의 호수'라 불렸지만, 해수화 등을 거쳐 현재는 수질이 개선된 생태호수로서 조력발전으로 연간 최대 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판매하는 요처가 됐다.
30일 K-water에 따르면 경기 안산 시화방조제에 2011년 들어선 우리나라 최초의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설비용량 254MW로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240MW)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최대 발전량은 552GWh로 인근의 시흥 인구(50만 명)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연간 86만2000배럴의 유류 대체 및 이산화탄소 31만5000톤 저감 효과에 해당한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1990년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부각된 시화호 수질개선 대안으로 건설됐지만 지금은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는 'RE100 거점'으로 부상했다.
당초 시화호 유역은 수도권 산업용지 확보 등을 위해 1977년부터 개발됐다. 하지만 1994년 방조제 완공 직후 급속한 산업화와 하수처리장시설 미비 등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다. 방조제 건설 전 2~3ppm 수준이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1997년 평균 17ppm까지 치솟으면서 생물이 살기 어려운 '죽음의 호수'로 불렸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시화호에 1997~1999년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유통을 임시 단기대책으로 실시했는데 수질 개선 효과가 확인되자 2001년 시화호를 담수호에서 해수호로 공식 전환했다.
해수 유입이 정상화하면서 시화호는 서해안의 높은 조수간만의차를 활용한 조력발전 입지로 주목을 받았고,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포함된 시화호종합관리계획이 확정됐다. 2004년부터 발전소 건설이 시작돼 2011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조력발전소는 달과 태양이 해수면을 끌어당기는 밀물 및 썰물 때 해수면 수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시화호의 경우 밀물 시 해수 낙차를 이용한 창조식 단류 발전을 택했다.
특히 보름달이 뜰 때는 외해와 시화호 사이의 낙차가 가장 커져 하루에 12시간을 계속 발전할 수 있지만 가장 적을 때는 2시간만 가능할 정도로 편차가 커 인공지능(AI)으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2021년부터 AI 조력발전 프로그램 'K-TOP 4.0'을 적용해 매일 달라지는 해수면 낙차를 읽어내 연 최대 552G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기술력은 해외도 주목했다. K-water는 영국 리버풀권역정부(LCRCA)의 요청으로 2022년부터 700MW 규모의 머지강 조력발전 개발사업에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1990년대 COD 최대 17.4ppm까지 올랐던 시화호의 수질 오염은 해수유통 이후 7ppm대로 개선됐고 조력발전 이후 4ppm대를 거쳐 현재 방조제 축조 전 수준인 2ppm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화호의 저서생물은 2005년 83종에서 2018년 188종으로 늘어나는 등 생태계가 거의 복원된 것으로 K-water는 분석하고 있다.
이동희 K-water 시화전력관리단 운영부장은 26일 기후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현장 브리핑에서 "썩어가던 호수를 복원한 좋은 사례로 영국 등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우리 설비가 가장 좋고 노하우도 있어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에는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직접전력거래계약(PPA)도 체결했다. K-water는 삼성전자 외에도 수력·수상태양광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SK하이닉스, 네이버, 롯데케미칼, 우리은행과 PPA를 체결해 공급하고 있다.
특히 RE100 캠페인이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규범으로 급부상하며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이 녹색 무역장벽에 직면한 만큼 K-water는 이러한 PPA가 이를 해결할 기업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K-water는 지자체와 관계기관 논의를 거쳐 시화호 일대의 풍력, 태양광 등을 최대한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장은 "시화호의 잠재자원을 활용한 자연에너지를 개발하고 클러스터화해서 교육과 체험, 견학이 가능한 국민 참여형 친환경 에너지 공유의 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