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계 1년 늦춘 한국 산업…경쟁력 간극 벌어진다 [비상계엄 1년]

입력 2025-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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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11-30 18:0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반도체·배터리·AI 라인 줄줄이 늦춘 1년…정책·전력·금융이 동시에 발목
기업 공시에도 남은 ‘정치 불확실성’…AI·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착공 시점까지 미뤄져
반도체 훈풍·통상 리스크 완화로 분위기 반등 조짐…“이제 필요한 건 속도와 일관성”

비상계엄의 혼란은 잦아들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부정맥’을 앓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덮친 지난 1년 동안 기업의 투자 시계는 멈춰 섰고, 그 사이 글로벌 경쟁국들은 한 단계 앞서갔다. 재계에서는 “단순히 1년이 멈춘 것이 아니라, 경쟁력 회복에 3년 이상이 걸리는 시간이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1년간 국내 주요 대기업의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라인 증설과 데이터센터 전력 승인 등 핵심 투자 결정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지연됐다. ‘초격차’를 내세우며 촌각을 다투던 첨단 산업에서 1년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 한국 기업들이 정치 리스크에 묶여 있는 사이 경쟁국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속도를 높였다. 미국은 반도체법 보조금 집행을 본격화하며 첨단 공장을 연이어 착공했고, 대만은 TSMC 중심으로 차세대 공정 투자를 확대했다. 일본 역시 국가 주도 반도체 부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엄 이후 정책·투자 의사결정이 멈춰 있었던 한국만 정체 구간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리포트에서도 한국 반도체의 위상 변화에 대한 경고가 이어진다. 일본 미쓰이물산 산하 미쓰이글로벌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7년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이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글로벌 점유율은 대만 68%, 한국과 미국이 각 12%였지만, 미국이 칩스법 효과로 17%까지 늘리고 한국은 13%에 머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 타이밍을 놓친 1년의 영향이 점유율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불확실성은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배터리·AI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제출한 투자설명서·공시 문서에는 “2024년 12월 이후 지속된 정치적 불안정”이 사업 리스크로 명시됐다. 계엄이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고, 수개월이 지난 뒤에도 투자 환경 전반에 남아 있었다는 방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 문턱이 높아지며 투자 집행 속도가 늦춰진 간접 손실이 컸다”며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우리는 자금 조달을 다시 계산하느라 시간을 잃었다”고 말했다.

AI 산업의 기반인 데이터센터(DC) 분야에서도 정책 집행 지연이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내내 정부 기능 공백과 정국 불안이 겹치며 국가 AI 전략 과제와 인프라 사업의 추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연계된 전력 인프라 확충, 송전망 계획, 예산 집행 지연으로 민간 기업들은 투자 일정을 보수적으로 다시 짤 수밖에 없었다. 한 AI 인프라 업계 관계자는 “GPU나 서버보다 전력 승인과 정책 속도가 더 큰 병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산업 전반의 분위기는 다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정부의 AI 정책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반도체 수요 반등 조짐 속에 코스피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돌파했고, 거시 지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계엄 이후 길게 이어진 거버넌스 공백 속에서도 정부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마련했고, 자동차 등 핵심 산업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기업들은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가 향후 투자 재가동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 투입은 보완이 가능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기업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정부가 제도적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첫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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